이번 ‘6·17부동산대책’에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고 의무거주 기간을 2년으로 못 박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재건축 추진단지와 아파트 소유자들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최근 목동 6단지, 성산 시영 등의 재건축 추진 확정 소식이 잇달아 들리면서 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 대책으로 시장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차 안전진단 기관 선정·관리 주체를 현행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한다. 또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시·군·구에서 시·도로 격상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안전진단 기관이 민원 등에 쉽게 노출돼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보다 상위 기관에서 재건축 사업을 담당하도록 해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부실 안전진단 기관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현재 안전진단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부실한 보고서 작성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할 경우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허위·부실 작성 적발 시 안전진단 입찰을 1년간 제한하는 규정이 신설된다.
2차 안전진단 시 현장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현재 1차 안전진단 결과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면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주민들과의 충돌과 회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서류심사를 위주로 소극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철근 부식도, 외벽 마감 상태 등 정성적 지표 검증을 위한 2차 안전진단 기관의 현장조사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 재건축 연한 기준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정부는 이번에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거주 안하는 집주인 많은데….사업 초기단지 비상 |
정부가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단지에서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권을 주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2년의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분양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안전진단 등을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 초기 아파트단지의 경우 해당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대로라면 재건축사업에서는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토지 등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 요건이 부여된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재건축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건축이 투기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주택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 때까지 총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 한해 분양신청을 허용하도록 했다. 연속 2년이 아니더라도 전체 거주기간을 합해 2년을 채우면 된다. 재건축아파트는 시설이 노후해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건축 분양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매도하는 소유자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도는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강남 일대 재건축단지들의 시간표는 촉박하다. 현재 조합설립인가 바로 전 단계인 추진위원회 승인 단계에 있는 강남구 은마아파트, 개포주공5·6·7단지, 서초구 방배삼호, 신반포아파트, 양천구 목동 등 재건축단지들이 해당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7억’ 재초환 폭탄…“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비판도 |
국토부는 서울 용산구 한남연립,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재건축부담금을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기대수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 이후 지난달 재건축부담금 환수액에 대한 정부·지자체 배분 지표를 변경하는 등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정부는 이들 두 단지를 비롯해 전국 62개 조합에 총 2,533억원의 예정 부담금을 통지한 상태다. 이 중 강남 5개 단지, 강북 1개 단지, 경기 2개 단지를 대상으로 조합원 1인당 재건축부담금 예상액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강남 5개 단지는 평균 4억4,000만~5억2,000만원의 부담금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됐다. A단지의 경우 최소 6억3,300만원에서 7억1,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B단지도 2억1,400만~2억2,800만원 수준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북의 경우 시뮬레이션 대상 단지의 예상 부담금이 1,080만~1,290만원으로 비교적 적었다. 경기 지역 2개 단지는 각각 2,340만~4,350만원, 60만~210만원 수준으로 예측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지금까지 9억원 초과 주택에만 적용되던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자료 제출 의무를 거래 가액과 관계없이 모든 거래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했더라도 구매자가 예금과 주식, 증여, 부동산 처분 대금 등의 자금을 모아 주택자금을 댔다면 최대 15종의 서류를 직접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계좌 입출금 내역만 내는 게 아니라 계좌에 찍힌 자금의 출처 또한 소명해야 한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정부가 주택 매수자의 자금흐름을 낱낱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동수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며 “거래허가는 사전에 지자체가 허가를 해줘야 하는 사안이고, 자금계획서는 단순 제출만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진동영·양지윤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