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6,000여명의 한인을 비롯해 약 70만명의 이민자들이 추방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의 다카 폐지 행정명령 시행 중단 결정에 대한 상고심 공판에서 대법관 5대4의 의견으로 법원 결정을 무효화해 달라는 정부 측 요청을 기각하고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진보성향의 대법관 4명은 이날 판결에서 정부의 다카 폐지 행정명령에 대해 “임의적이고 자의적”이라며 행정절차법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카 폐지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는 행정명령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다카는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온 청소년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9월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재추진을 막은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 전에 다카를 폐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법 판결에 따라 약 70만명에 이르는 다카 수혜자들은 일단 추방을 면할 수 있게 됐다. 2년간 노동 허가를 갱신할 자격도 주어졌다. 전체 수혜자 중 한국 출신은 여섯 번째로 많다. 미 시민이민국(USC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다카 프로그램 대상인 한인 규모는 6,280명으로 멕시코·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페루 다음이다. 중남미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많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대법원의 끔찍하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새로운 대법관이 필요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법관 지명자 후보군을 오는 9월1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법원의 이념구도는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지지자들이 결집하도록 이번 판결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