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어게인 2018” 여권의 도 넘은 대북 환상론

[사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여권 인사들은 대북 비난을 자제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2018년 남북관계를 열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어게인 2018’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며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전개되던 때처럼 남북관계를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 기회에 평양과 서울에 남북 대사관 역할을 할 연락사무소 2곳을 두는 협상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제안까지 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을 안 하기로 했는데 2019년부터 우리가 한미훈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한국이 약속을 깼구나’가 됐다”고 말했다. 모두가 북한의 비위를 맞추고 구애하는 발언들이다.

관련기사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도 여당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외교안보 원로간담회에서 북한 도발 대처 방안에 대해 “인내하면서 대화로 풀어가겠다”며 경고나 응징이 아니라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통일부는 19일 “남북연락사무소 기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남북대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일부 민경초소(GP)에 병력을 투입한 데 이어 19일 관영매체를 동원해 “남측에 그대로 갚아줄 것”이라고 겁박하는데도 여권은 여전히 장밋빛 낙관론에 치우쳐 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남북관계에 매달리며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고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때가 아니다. 현재의 안보 위기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북핵 폐기를 통해서만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핵을 두고 노출되는 한·미 간 엇박자는 북한의 더 큰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 북한의 도발을 막고 비핵화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