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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언어발달에 최고의 자극제는 부부 간 대화"

교육 동영상, 단어 인지 방해할 수도

아이가 서지 못하거나 걸음이 느린 등 행동으로 보여지는 운동발달 지연은 부모가 알아차리기 쉽다. 반면 언어발달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거나 “OO도 말이 늦었는데 지금은 잘 한다”는 주변의 말을 위안 삼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부모를 닮아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도 있지만 가족력 외에도 언어발달 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므로 전문적인 검사·치료를 받는 게 좋다.

◇돌 무렵까지 “엄마·아빠” 못하면 의사 상담을


일반적으로 영유아는 생후 4개월부터 언어발달을 시작해 소리와 언어를 구별한다. 생후 6~7개월에는 소리와 목소리 톤의 변화를 알아차린다. 10~12개월에는 “안돼” “주세요” “안녕” 같은 부모의 의미있는 소리에 반응한다. 13~18개월에는 ‘엄마’ 같은 단어를 발음하면서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25개월부터는 성인 말의 60~80%를 이해하며 하루에 8단어씩 말할 수 있다.

이윤영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어린이 언어발달 지연검사에 앞서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강동성심병원이윤영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어린이 언어발달 지연검사에 앞서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강동성심병원



부모가 이러한 언어발달 과정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아이가 어려 말을 잘한다, 못한다 정도만 아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더 꼼꼼하게 아이의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어발달 지연 징후는 아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돌 즈음까지 엄마·아빠 같은 단어를 말하지 못하고 옹알이만 하거나 18개월까지 말보다는 몸짓으로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36개월까지 문장으로 말을 하지 못하거나 대화 상황을 지속적으로 피하려 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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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언어발달 지연은 유전자·뇌의 이상 등 선천적 요인 외에도 양육환경, 부모와 아이의 잘못된 애착 형성이 원인일 수 있다. 애착장애를 유발할 만한 잘못된 양육환경이나 가족 내 잦은 불화는 아이의 언어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의 발달에는 지지·응원하거나 애정을 주는 정서적 애착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 말 따라 하기도 언어발달에 도움

언어발달 지연 검사는 우선 환아 관찰, 보호자 면담으로 아이의 상태를 판단하고 보조적으로 영유아발달검사, 사회성숙도검사, 자폐증 평가척도 등을 이용한다. 엄마·아빠 등 기본적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아이는 청력검사 후 발달검사를 할 수도 있다.

아이의 언어발달 자극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부 간의 대화다. 유튜브 등으로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강한 시각 자극은 도리어 단어 인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말을 배우려면 아이가 언어를 듣고 현재 상황과 단어의 의미를 매칭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용하는 단어가 많지 않은 아이에게 영상을 장시간 보여주거나, 말을 하게 하는 등 일방적인 자극을 주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부부 간 대화를 자주, 반복적으로 들려주면 아이는 다양한 단어와 문장에 노출돼 단어를 훨씬 빨리 인지하게 된다. 어른의 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관심있는 단어와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선택적으로 저장하면서 언어발달이 이뤄질 수 있다. 아이가 부모의 대화에 끼어들거나 말참견을 할 때 주의를 주는 것보다 아이를 자주 대화에 동참시키거나 부모의 말을 따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윤영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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