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 절반가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절정이던 지난 3~4월보다 현재의 경영상황이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업체 308개사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기업 대응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제조기업의 45.2%가 3~4월에 비해 현재 경영여건이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업들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수출(29.2%)을 꼽았다. 이어 자금난(27.3%), 내수판매(24.0%), 조달·생산(8.8%), 고용유지(8.8%)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수요타격과 업황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철강·조선 순으로 악화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제약·기계 등은 업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전망도 악화일로다. 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 감소폭이 2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현재 경영악재를 돌파하는 데 급급해 향후 계획을 세울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영전략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69.5%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컸다. 대기업은 45.8%가 경영전략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절반에 불과한 23.8%만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국으로 해외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94.4%가 ‘국내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5.6%에 그쳤다. 국내 이전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해외 사업장의 낮은 생산비용(58.3%)과 현지시장 진출(38.1%)을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코로나19로 기업들이 당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제약·식품·정보기술(IT) 등 유망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