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한국판 뉴딜 컨트롤타워 설치..."당청 집행기구 전락 경계해야"

■'한국판 뉴딜' 범정부 추진단 만든다

부처간 사업주도권 경쟁 속

지자체도 유치전 나서 조율 필요

전문가 "권한 주되 자율성 갖춰야"

민주당 '신재생에너지 비중확대'

"탈원전 비판 무력화 수단될 수도"

홍남기(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홍남기(왼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기획재정부 아래 한국판뉴딜추진기획단(가칭)을 두려는 것은 개별 부처 사업을 중앙집권적으로 조율해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사업을 따내려는 지역 민원까지 더해져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이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은 디지털과 그린이다. 벌써 몇몇 부처가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장관들 간 ‘쟁탈전’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 오는 2025년까지 76조원(디지털 36조원, 그린 27조원, 고용안정 13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주도권을 쥐게 되면 향후 부처 예산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달 초 실장급(1급)을 단장으로 하는 그린뉴딜 추진단을 구성했다. 국토교통부도 김현미 장관 지시로 최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디지털뉴딜을 두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비대면산업육성TF를 발족시켜 산업통상자원부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처뿐 아니라 지자체들도 한국판 뉴딜 사업을 따내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린 리모델링,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을 기회로 삼아 대규모 인프라·건설 사업 유치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을 그동안 지역 민원 해결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출범될 범정부 추진단이 보다 강력한 권한을 쥐고 한국판 뉴딜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와 집권 여당, 지역 민원에 끌려다니기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책 사업을 조율할 범부처 조직의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범부처조직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집행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성을 갖춘 자율 조직이 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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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린뉴딜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방안을 담기로 하고 조만간 당정협의를 열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을 명분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공고히 하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태양광·풍력 등 발전 증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급하다는 논리로 탈원전 비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이 간헐적이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최근 민간 발전시장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거대 여당이 이 같은 부작용을 외면한 채 신재생에너지 고삐 풀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대(對)정부 압박 카드는 ‘온실가스 감축’이다. 민주당 코로나19 한국형 뉴딜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 ‘0’) 달성’을 이미 선언한 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훨씬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환경 문제에만 치우쳤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공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설비를 2034년까지 78.1기가와트(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신재생의 간헐성 등을 감안, 최대 전력 시의 공급기여도는 11.2GW만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설비에 비해 신재생의 전력 공급 능력이 8분의1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언급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신재생 설비 78.1GW는 서울시 면적의 1.7배의 숲을 뒤덮어야 가능한 수치”라며 “재생에너지 3020 자체가 비현실적인데 여기서 어떻게 (신재생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세종=한재영·조양준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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