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코로나發 장기침체·대량실업 막으려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세차례 추경 구제효과 없었는데

기본소득 등 포퓰리즘에만 혈안

정부, 산업활력 제고부터 힘써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장기침체와 대량실업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2개월 가까이 늦게 충격이 시작됐지만 4월을 저점으로 5월부터 실업률도 떨어지고 V자 회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독일도 경제지표를 보면 코로나19의 고용충격을 이겨내는 모양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활동을 지속해왔고 고용유지 정책도 강도 높게 추진했으나 노동시장은 갈수록 얼어붙어 L자형 장기침체에 들어가고 있다. 5월에는 공식 실업자 127만8,000명, 공식 실업률 4.5%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 됐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정책은 임시방편적이라 충격은 더 오래가고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월 체감실업률이 14.5%로 크게 올라 공식 실업률과 차이가 3배 넘게 벌어졌고 60대 취업자만 공공일자리 덕분에 증가했을 뿐 전 연령층에 걸쳐 취업자가 감소했다. 또 거의 다 비자발적인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의 5분의1 정도로 대폭 늘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아졌고 취업자로 분류되나 사실상 실업인 일시 휴직자가 100만명을 넘었다는 점들은 대량실업의 조짐이다. 제조업은 임금이 높고 고용도 안정적이며 고용유발 효과가 크나 취업자 감소폭이 3월 2만3,000명, 4월 4만4,000명, 5월에 5만7,000명으로 가파르게 늘었고 청년층은 희망임금을 낮춰 하향취업하겠다는 의사가 커졌으나 공식 실업률이 10%, 체감실업률이 26% 넘게 대폭 증가해 장기침체의 조짐을 보였다.


경제 비상대책과 뉴딜,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등은 대량실업과 장기침체에 무방비다. 재정에 의한 고용유지와 공공일자리 등으로 코로나19 피해의 구제(relief)에 주력하는 반면 규제 완화가 필수인 산업의 활력 제고(recovery)는 간과했다. 또 구제마저 재난 지원보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전 국민 대상의 지원에 재원을 쏟아부었다. 정부가 복지지출을 늘리면 소득이 올라가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발하고 세계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4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한다고 나올 판이라 재정악화로 경제성장과 고용이 더 후퇴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와 반대로 산업 활력 제고에 주력해 경제회복을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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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실업과 장기침체를 막으려면 산업의 활력 제고와 제도 개혁(reform)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포퓰리즘 처방만 극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한다고 말했으나 쑥 들어갔고 전 국민고용보험제 도입에 앞장선다. 게다가 차기 대선을 노리는 정치권은 기본소득에 열을 내고 있다. 둘 다 내용을 잘 모르면 찬성하겠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 멀쩡했던 고용보험은 기금이 이미 30%나 줄었고 기본소득은 우리보다 잘사는 핀란드나 스위스도 도입을 포기했다. 포퓰리즘의 최대 피해자는 고용통계가 보여주듯이 제조업과 청년이다.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포퓰리즘 처방은 장기투자가 필수인 제조업과 청년에 독약이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장기침체와 대량실업을 일으킨다. 제조업과 청년이 떠난 남미와 남부 유럽이 그랬다. 포퓰리즘의 망령이 우리나라를 떠돌고 있다. 포퓰리즘의 비극을 막으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포퓰리즘인지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포퓰리즘이 성행하는 나라, 제조업이 무너진 나라, 청년이 일할 기회가 막힌 나라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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