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유통시장에 뛰어들면서 유통 업계에서 나오는 가장 큰 불만은 견제할 만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1위의 검색 포털이라는 막강한 영향력과 ‘가격검색’을 통해 축적한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인공지능(AI) 등 네이버가 자랑하는 첨단기술까지 결합할 경우 유통 생태계 자체가 ‘녹색 창’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네이버의 영향력 때문에 기존 유통 업체들마저 불가피하게 네이버 쇼핑의 품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네이버가 유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펴기 전부터 유통시장은 이미 네이버의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 지배력 앞세워 기성 유통 플랫폼 위협=21일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기존 검색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그대로 유통시장에 가지고 왔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장악력을 가진 네이버가 이를 자사 서비스의 마케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불공정한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판 역할을 하던 네이버가 어느 순간 심판은 물론 선수 역할까지 함께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별도의 심사지침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올해 3월 기준 PC 통합검색 쿼리(검색어 입력) 점유율이 73.3%에 달하는 등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의 압도적 강자다. 이러한 막강한 지배력에 이베이코리아와 쿠팡·11번가 등 e커머스 업체들은 과거 제휴 수수료 문제 등으로 네이버와의 쇼핑 제휴를 종료했지만 대부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네이버에 상품공급을 재개했다.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네이버의 독보적인 지위에 이들 업체 모두 눈물을 머금고 백기를 든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유통에 뛰어들기 전부터 제품 검색 시 네이버 자체 알고리즘에 따라 표시해 공정성 문제가 많았다”며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에 특정 상품을 검색할 경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혹은 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 상품을 상단에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는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네이버가 쇼핑 광고를 더욱 확대한다고 천명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는 “네이버에서 상품 검색 노출 순위는 적합도, 인기도, 신뢰도에 의해 결정된다”며 “특정 판매자를 우선 노출한다는 일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파격 수수료와 혜택으로 쇼핑 왕국 구축 중=지난 1일 네이버는 유료회원제 서비스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하면서 파격적인 포인트 추가 적립 방식과 적립률을 공개했다.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는 쇼핑·예약·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 결제금액의 최대 4%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받는다. 월간 결제금액 20만원까지는 4%, 20만~200만원은 1%를 적립해준다. 여기에 네이버페이 결제 시 기본 구매 적립 1%는 물론 마이 단골 스토어(2%)와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 시 지급되는 혜택(1.5%)까지 더하면 최대 8.5%까지 적립이 가능해진다. 현재 기존 e커머스 업체의 일반적인 적립률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e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네이버는 소위 ‘커머스’를 잘하기 위한 ‘페이’와 ‘스마트스토어’ 등 플랫폼들을 꾸준히 구축해왔다”며 “여기에 파격적인 적립률을 기반으로 한 멤버십이라는 강력한 록인(lock in) 장치까지 내놓으면서 쇼핑 왕국으로 가는 그림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입점 수수료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통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는 판매자들을 모집하면서 입점 수수료를 받는 대신 네이버페이 이용 수수료만 기본적으로 받고 거기에 네이버 검색광고비를 추가하고 있다. 이 두 수수료를 다 더해도 5%가 채 안 된다. 일반적인 오픈마켓의 입점 수수료가 8~12%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상공인은 물론 대형 브랜드들도 네이버에 입점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5%의 수수료만 내면 무조건 최상단에 노출되는데 그것을 마다할 업체가 없고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가 판매자들을 말 그대로 싹 쓸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차라리 유통 플랫폼 천명하고 투자 일조해야”=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공개적으로 유통 플랫폼임을 천명하고 유통 업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중계자 역할만을 한다고 강조하며 유통 관련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유통 업계의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쿠팡이나 SSG닷컴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류센터를 지으며 직매입이라는 영역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물류·배송 등 많은 영역에서 대규모 고용을 발생시키는 등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네이버는 택배 업체와 협업하는 등 물류 등에 직접투자 없이 유통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유통 플랫폼을 부정하면서 직접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네이버가 노선을 확실히 정하고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하며 다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의 창업과 성장을 위해 교육, 마케팅, 자금 등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가진 모든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해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성장을 돕는 것이 네이버 쇼핑의 큰 방향” 이라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