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판매량은 그 해 여름 열대야 수에 비례한다.’ 폭염일수가 많고 평균 기온이 높을수록 냉면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게 식품업계의 정설이다. 냉면은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 8월까지 판매가 집중, 1년 매출의 8~90%가 약 4개월 동안 일어난다. 여름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에 따라 냉면 판매량이 달라지는 셈이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역대 최고 더위가 예고되면서, 식품업계가 여름철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냉면을 앞세운 냉전(冷戰, 냉면전쟁)에 돌입했다.
◇여름 최고기온에 냉면 판매량도 비례=실제 판매량에서도 기온과의 역학관계가 증명된다. 극심한 무더위를 기록했던 2018년 냉장면 냉면 시장 규모는 약 510억원, 2018년 대비 상대적으로 덜 더웠던 2019년에는 약 434억 수준이었다. 실제로 2018년 여름철(6~8월) 평균 기온은 25.4도였고,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는 31.4일을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는 17.7일, 평균 최고기온은 30.5도였다. 반면 2019년 여름철 평균 기온은 24.1도였고, 폭염 일수는 13.3일이었다. 열대야 일수는 10.5일, 평균 최고 기온은 28.9도였다.
냉면 시장은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계절면 시장 대비 올해는 20%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비빔면 중심이었던 시장에 냉면이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요청에 단종 제품 부활=올해 역대급 더위가 예고되면서 냉면 시장도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이에 고객 요청으로 재출시된 상품도 있다. CJ제일제당 별미 면요리 전문 브랜드 ‘제일제면소’를 부활시켰다. ‘제일제면소’는 지역 특색을 살린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프리미엄 원료를 사용해 원가 부담이 높아 지난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판매처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속출했고, 재출시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자 ‘제일제면소 부산밀면’과 ‘제일제면소 속초 코다리냉면’을 다시 선보이게 됐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온라인 전용 제품인 ‘실속 동치미 물냉면’도 선보인다. 동치미 육수와 냉면 사리 각각 15개로 구성, 쿠팡 등 온라인 경로에서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1만9,900원으로, 1인분에 약 1,327원 수준으로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상온 봉지 냉면 시장도 전통 농심 ‘둥지냉면’에 풀무원 도전장=상온 봉지 냉면 경쟁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상온 봉지 냉면은 농심이 2008년 ‘둥지냉면’ 브랜드로 처음 출시했고 한동안 경쟁자가 없었다. 상온 냉면의 장점은 간편함을 내세워 이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둥지냉면은 지난 2015년 농심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면발에 변화를 준 제품 중 하나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둥지 냉면의 특이점은 다시마로 다시마 분말을 면에 넣어 면발의 탱탱한 식감을 개선하고 육수와의 조화를 한층 높였다.
풀무원은 농심 둥지냉면을 겨냥해 상온 냉면 2종을 출시했다. 최근 내놓은 상온 냉면의 차별점은 바람으로 말려 끝까지 쫄깃하게 즐길 수 있는 식감을 내세워 전문점 못 지 않은 면발이다. 풀무원이 만두 전쟁에서 ‘속’ 전쟁이 아닌 얇은 피로 ‘겉’ 경쟁을 촉발시킨 것처럼 이 제품 역시 면발 경쟁을 촉발시켰다. 3개의 롤러에서 오는 강한 압력을 이용해 반죽을 치대 반죽의 찰기와 탄력을 높이는 풀무원의 오랜 제면 노하우와 독자적인 제면 공법인 ‘삼층면대공법’을 적용했다. 면발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면발의 굵기도 다르게 했다. 비빔냉면은 물냉면의 면발보다 0.1㎜ 얇은 0.8㎜ 로 구현해 양념장이 더 잘 배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