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에 생산 100% 맡겼더니…국내업체 자전거 품귀 심화

코로나發 생산차질 장기화

OEM업체 의존 '된서리'로

삼천리·알톤스포츠 등 쩔쩔




국내 자전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위해 중국에 100% 생산을 위탁하면서 중국 현지의 생산여건에 따라 국내 자전거 수급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의존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현지 생산 차질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원상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자전거 수입이 차질을 빚고, 국내 자전거 품귀 현상은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 4월 구매하기로 한 전기자전거 따릉이도 국내 자전거 품귀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핵심부품은 아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수급마저 중국 변수에 희비가 갈리고 있는 셈이다.


22일 자전거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중소 자전거 제조업체는 중국 상하이 내 자전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부터 주문량을 맞추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작년까지 거래를 하던 공장이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여파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자전거 용접공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전거를 만드는 데 두 달이나 걸린다고 해서 기존 상하이 공장 대신 광둥성 지역 공장에 물량을 맡겼다”며 “아직도 중국 일부 공장에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생산 차질로 국내 자전거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가 도입하기로 한 전기자전거 ‘따릉이’ 500대도 중국 공장에서 부품 수급이 차질을 빚어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 자체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는 자전거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중국 텐진에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알톤스포츠(123750)도 1·4분기 중국 공장서 2만7,400여대 생산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동기 4만3,9000여대 생산한 데 비해 37% 하락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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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수급이 월활치 않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자전거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품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알톤스포츠의 자전거 부품들. /사진제공=알톤스포츠알톤스포츠의 자전거 부품들. /사진제공=알톤스포츠


중국 OEM 공장에서 자전거를 생산하는 삼천리자전거(024950)도 자전거 확보가 안 돼 온·오프라인 채널 판매가 쉽지 않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등서 자전거를 검색하면 ‘품절임박’이나 ‘자전거 잔여분 2~3개’ 등과 같은 매진을 암시하는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프라인 대리점서도 인기 있는 자전거는 없어서 못팔 정도다. 한 자전거 대리점 관계자는 “일부 인기가 있는 어린이 자전거나 어른 자전거는 재고도 없어 손님을 그냥 돌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천리자전거의 경우 대리점에 주던 물량이 들쭉날쭉 하는 등 수급여건이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천리자전거 다산신도시 대리점주는 “일주일에 50대 정도 들어올 때도 있고, 20대만 들어올 때도 있다”며 “그런데 자이언트나 메리다 같은 글로벌 자전거는 아예 주문할 수 조차 없다”고 말했다. 자이언트나 메리다 등도 중국에 생산을 의존해 물량 확보가 어려워 북미나 유럽 같은 큰 시장에 먼저 팔다 보니 한국 같은 작은 시장엔 배정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 모두 20~30만원대 중저가 자전거 중 인기 모델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전거 업체들은 코로나19로 5년만에 찾아온 성수기를 그냥 눈뜨고 놓칠 수 있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자전거 수요는 계속 줄어오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전거 수요가 깜짝 반등했다. 하지만 수급이 차질을 빚자 10월까지 이어지는 성수기를 놓칠 수 있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자전거 업계서 일부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용접 인력 등이 부족하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며 “특히 자전거 비수기인 겨울 전에 자전거를 확보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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