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내년 2월 만료되는 ‘신전략 무기감축 협정(New START·뉴 스타트)’ 연장을 두고 협상에 돌입했지만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에 참여해야 연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불참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러시아도 중국의 참여를 독려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NBC뉴스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마셜 빌링슬리 군축담당 특사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코프 외무차관은 22~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뉴 스타트 연장 협상을 시작했지만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이다.
라브코프 차관은 회담에 앞서 NBC뉴스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과거 체결한 여러 합의들이 철회된 전적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로서는 미국이 뉴 스타트를 연장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러시아는 중국이 협상에 참여하도록 강요할 수 없으며 그렇게 시도할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중국의 핵 활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 중국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것은 미국에 달린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뉴 스타트의 연장에 긍정적이었던 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회의적이었으나 최근 중국이 참여할 경우 협정 연장에 동의할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미 대선을 약 4개월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체결한 조약을 그대로 연장하기보다는 중국의 군사력을 억제했다는 업적을 추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은 뉴 스타트 협상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빌링슬리 특사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협상장에 중국 국기가 올려진 빈자리 사진과 함께 “중국은 나타나지 않았다. 베이징은 비밀의 만리장성 뒤에 여전히 숨어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푸콩 중국 외교부 군축국장은 “중국의 동의 없이 협상 테이블에 중국 국기를 전시하다니 이상한 광경”이라고 응수하면서 “뉴 스타트 연장에 행운이 있기를 빈다”며 중국과는 관계가 없는 사안인 양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