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6·17부동산대책에 대한 논란으로 뜨겁다. 이번 대책의 초점은 ‘갭투자’를 통한 투기행태를 근절하겠다는 데 맞춰졌다.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도,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의 2년 거주기간도, 법인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도, 서울 강남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주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갭투자를 막아 아파트 매매시장의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차분하게 돌이켜보면 갭투자는 전세나 보증금을 안고 민간임대주택을 구매하는 전통적인 민간임대주택 거래형태다. 전세금이 대출심사에 고려되는 최근의 주택시장은 과거에 비해 갭투자의 강도가 가장 약할 수도 있는데 어느 사이엔가 갭투자에 대해 휘발성이 강한 혐오감을 형성했다.
며칠 전 필자의 이번 학기 강의과목인 부동산경제론 기말고사를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빨리 시험을 보고 나갈 수 있도록 OX형 20문항으로 시험문제를 냈다. 그중 하나가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는 임차인으로부터 얻는 무이자대출이다’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O’로 답한 수강생들도 적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전세는 오히려 굉장히 비싼 이자를 지불하는 대출’로 정답은 ‘X’다. 순수월세 100만원 또는 연세 1,2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전세로 전환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시장 전월세전환율이 4%라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월세 대신 보증금 1억원당 연 400만원씩 깎아주는 3억원짜리 전세계약을 맺는다. 이자를 월세를 깎아주는 형태로 지불하는 셈이다. 그런데 시장이자율은 그 절반인 2%에도 훨씬 못 미치니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는 그 두 배나 높은 이자를 내는 대출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은 전세 임차인에게 비싼 이자를 제공해 임차인이 낮은 주거비를 누릴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든다. 전세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금융비용의 관점에서 가구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을 산정하면 해외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을 유지해온 이유다. 논란이 많은 전세제도에 대한 가치평가는 일단 접어두자. 다만 이런 전월세시장이 우리가 지금까지 주택을 사고 빌리고 빌려주던 국내 주택시장의 모습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것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소유하는 징검다리로 이용되고, 민간임대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만들어내고, 노년가구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해왔다. 갭투자는 투기적 행태라는 지극히 편협한 단면이 아닌 국내 주택시장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유지해온 것이다. 현 정부는 그 기능을 붕괴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주택시장의 모습이라고 보는 건지 또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알고 싶다.
특히 대도시 고용중심지 주변의 경우 주거 이동성이 높고 고용중심지로의 출퇴근 부담이 큰 차가(借家)가구를 위한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이 절실하다. 그런 입지에 전세주택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고 자가 거주를 강제함으로써 출퇴근이 필요 없는 자산 많은 중노년가구들이 다시 들어와 살게 될 여지가 크다. 이는 바람직한 변화가 아니다. 어느 대도시든 도심에는 민간임대주택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람직한 도심 주택시장의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그런 민간임대주택이 갭투자로 형성되는 전월세주택이다. 이번 6.17대책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전세주택의 공급은 급감해 전세가 폭등사태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그렇다고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 월세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켜 결국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도입할 대책이 쌓여 있다는 한 청와대 인사의 근거 모를 자신감이 두려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