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기술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H-1B 비자를 포함해 미국 내 취업을 위해 필요한 비자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지만 고숙련 기술자를 고용해 기술경쟁력을 유지해온 정보기술(IT) 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규 이민자들이 미국에 오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고숙련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H-1B 비자, 계절에 따라 근무를 하는 데 필요한 H-2B 비자, H-1B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에게 발급되는 H-4 비자,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을 위한 L-1 비자, 외국인 교환교수나 인턴 등에게 발급되는 J-1 비자 등이 올해 말까지 발급이 중단된다. 다만 농업 종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는 의료 전문가, 식품 서비스 종사자와 다른 분야의 일부 임시직 근로자는 제외된다. 이날 만료될 예정이었던 신규 그린카드(영주권) 발급 중단 조치도 연말까지 연장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으로 연말까지 외국인 약 52만5,000명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자 발급으로 미국 내 일자리가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4%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비자가 제한되면서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들 기업은 그간 고숙련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활용해온 기업이라고 WP는 전했다. H-1B 비자는 숙련된 전문직 근로자에게 발급되며 기술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수혜자는 다년간 체류할 수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를 대표하는 그룹인 BSA는 “(H-1B 비자 발급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국 경제를 활성화해 수백만명의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이번 조치로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제회복이 오히려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