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되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백악관에서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 관계자는 회고록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수차례 만났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볼턴 전 보좌관을 상대로 제기한 출판 금지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는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5개의 수정, 삭제 의견이 포함됐다.
일례로 백악관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볼턴 전 보좌관이 백악관 주장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적었는데, 백악관은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과 백악관 담당자는 4차례에 걸쳐 책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책에 넣어도 되는 내용과 안 되는 내용을 논의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백악관은 415곳의 목록을 만들어 볼턴 전 보좌관에게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한편 미 법무부는 볼턴 전 보좌관이 기밀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고 기밀정보 삭제 등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며 출판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출간을 막기에 너무 늦었다며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