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전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후보로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WTO 사무총장직 입후보 관련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산업부는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후보자 등록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WTO를 이끄는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현 사무총장인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압력 속에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WTO는 다음달 8일까지 후보자 신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유무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 본부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이끌면서 국제 통상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각국 통상 관계자들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별도의 조직을 통해 유 본부장이 그간 이뤄온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는 등 총력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가 사무총장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은 WTO 정상화에 주도적으로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WTO는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잦은 갈등으로 분쟁 해결을 담당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는 등 사실상 식물화 기구로 전락했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각국의 보호무역조치로 한국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중재기구를 되살릴 필요성이 커졌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WTO 수장 자리에 한국이 오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만 혜택을 보고 있다며 WTO를 와해하려 한다”며 “WTO를 지키려다 공연히 미국과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지난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 당시 서비스·경쟁분과장을 맡았다.
2018년 1월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돼 1948년 산업부 전신인 상공부가 설립된 이래 산업부에서 70년 만에 처음으로 ‘공무원의 별’이라고 불리는 1급 여성 공무원이자 산업부 첫 여성 차관급 공무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을 정도로 영어가 유창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유 본부장은 최근 각종 통상 관련 회의에서 △경제 민족주의 본격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등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꼽았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