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도 색채가 있다면/나무에 달라붙어 밤을 견딘 나비의 외로움은/아침에 어떤 색깔이 되었을까…’
내년이면 등단 30주년을 맞는 박형준 시인이 7년 만에 일곱 번 째 시집을 냈다. 제목은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이다. 박 시인은 오래 전 “아름다움에 허기져서 시를 쓴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번 시집에서도 외롭고 여린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맑고 고요한 언어에 담아냈다.
199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가장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다는 평가를 문학계에서 받고 있다. 외로운 이들에게 섬세한 언어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또 그는 가녀린 존재들에게 조심 조심 다가간다. ‘슬픔도 환할 수 있다는 걸(저녁나절)’ ‘성냥불만 한 꿈을 살짝 댕기던(쥐불놀이)’ ‘달, 별, 바람, 나무, 고향 같은 / 닳고 닳은 그리움(은하)’ 등 연약한 존재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박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들도 작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밤의 선착장, 토끼의 서성거림에 대하여, 눈망울 같은 시가 그렇다.
이번 시집을 내기까지 7년의 시간을 보냈던 만큼 그는 시적 성찰의 기회도 많이 가졌다. 박 시인은 “뭔가를 의식하면서 시를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시집을 정리하면서 그 단순함에 대한 나름의 성찰과 고민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제 자신에 대한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사물과 생명체들과 대화하는 법을 걸음마 하듯이 배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중견 시인이 된 그의 다음 계획은 뭘까. 박 시인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산문집이나 서평집을 묶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박 시인은 “대부분 흘러간 옛날 일이나, 읽은 책에 대해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적은 글이지만 그게 제가 세상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 중 그나마 제일 나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