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국산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는데 관련 수익은 고꾸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유튜브 키즈 광고 규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뿐 아니라 애니 업계는 최근 지상파 방송의 국산 애니 의무 편성 폐지 가능성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4일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기 애니를 제작한 A사의 올해 2~6월 유튜브 누적 조회 수는 8억건 정도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량 늘었다. 코로나19에 전 세계적으로 ‘집콕족’이 증가하면서 유튜브 애니 시청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애니는 10개국 이상 유튜브 채널에 상영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광고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올 초부터 시작한 유튜브 ‘키즈 콘텐츠’ 광고 규제 때문이다. 유튜브는 지난해 말 아동용 채널에 대한 광고 규제안을 공개했다. 아동 채널로 확인되면 개인 맞춤 광고가 중단되고 댓글 기능도 사라진다. 유튜브가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한 건 자극적인 아동용 콘텐츠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밖에 코로나19에 따라 광고주가 소폭 줄어든 것도 유튜브 광고 매출 하락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른 애니를 만드는 B 제작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B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애니 조회 수가 2~3배 증가했다”며 “하지만 광고 매출은 같은 기간 절반 가량 감소해 회사에서도 당황스러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유튜브 CPM(1,000회 광고 노출당 가격)은 지난해 키즈광고 규제 전에 3달러 안팎이었는데 현재는 1.5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에서도 일부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올 4월까지 유튜브 광고 매출이 30~40% 빠졌다.
한 애니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만든 애니를 유튜브용으로 단순 편집만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딱히 들지 않는다”며 “이 덕분에 유튜브 광고 매출은 크진 않아도 회사 수익에 나름 쏠쏠한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키즈광고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광고 시장 침체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애니 업계는 온라인 시장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서도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상파의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제도를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추진과제로 결정하고 해당 부처인 방통위에 관련 법 폐지 검토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방송 산업이 급변하면서 온라인비디오(OTT)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이 충분히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제 폐지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는 의무편성이 폐지가 되면 지상파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나오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편성이 사라져 국산 애니메이션 생태계가 고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TV방송뿐 아니라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수익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지식재산(IP) 라이센스 매출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업계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