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애물단지’로 불렸던 서울 대형아파트들이 최근 1년 새 주택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로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주택 규모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24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17억7,666만원이었던 서울 대형아파트(전용면적 135㎡ 이상)의 중위가격은 지난 5월 20억9,653만원으로 높아졌다. 상승률로 보면 18%나 된다.
같은 기간 중형아파트(전용 62.8~95.9㎡)의 중위가격은 9억9,9365만원에서 11억6,758만원으로 17.51% 올랐다. 중소형아파트(전용 40~62.8㎡)는 16.53%(6억1,692만→7억1,892만원), 중대형아파트(전용 95.9~135㎡)는 13.54%(11억1,333만→12억6,412만원)로 각각 높아졌다. 소형아파트(전용 40㎡ 미만)의 경우 같은 기간 3억1,926만원에서 3억5,586만원으로 11.46% 상승하는데 그쳐 가장 낮았다.
대형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은 실거래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 전용 164㎡는 지난해 5월 23억8,000만원(40층)에 실거래됐는데, 지난 5월에는 29억8,000만원(43층)으로 1년 새 6억원이 뛰었다. 이달 들어서는 31억5,000만원(41층)에 실거래 등재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64㎡ 또한 지난해 5월 41억8,000만원(13층)에서 올해 5월 46억5,000만원(11층)으로 실거래가격이 크게 올라갔다.
대형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서울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형아파트 중위가격을 전국 수치로 보면 지난해 5월 8억8,853만원에서 올해 5월 10억795만원으로 13.44% 높아졌다. 같은 기간 12.12%, 6.98% 상승한 중형과 소형아파트보다 높은 수치다.
한 때 대형아파트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1~2인 가구 중심의 인구변화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기가 없었다. 제대로 된 시세 반영이 어렵고 환금성도 떨어져 애물단지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주택 숫자를 줄이는 대신 높은 가치의 집 한 채를 사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생기면서 대형아파트 선호 현상이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패널티가 생기면서 ‘똘똘한 한 채’로 옮기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서울 내 대형아파트 비중이 높지 않아 강남3구를 비롯한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