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성락원', 알고보니 구한말 내관이 조성…12년만 문화재 지정해제

조선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 서울 성북동 ‘성락원’의 문화재 지정이 해제된다. 지난 2008년 명승 지정 이후 12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24일 문화재위원회를 개최해 명승 제35호 ‘성락원’의 문화재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성락원은 명칭과 지정사유 등에서 일부 오류가 인정돼 사회적 논란을 불식하고, 새로이 밝혀진 문화재적 가치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락원에 대한 부실 고증 논란에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성락원에 대한 역사성 등 문화재적 가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왔다. 문화재청 조사 결과, 당초 성락원 조성자로 알려진 ‘조선 철종 대 이조판서 심상응’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확인됐다. 대신 황윤명의 ‘춘파유고(春坡遺稿)’, 오횡묵의 ‘총쇄록(叢?錄)’ 등의 문헌기록을 살펴봤을 때 조선 고종 당시 내관이자 문인인 황윤명이 조성자로 밝혀졌다.

또 갑신정변(1884) 당시 명성황후가 황윤명의 별서를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기록에 따라 이곳이 1884년 이전에 조성된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관련 문헌과 자료들을 전면 발굴·조사해 관계전문가 자문회의와 공개토론회, 법률자문 등을 거쳐 이같이 결론 내렸다.



다만, 문화재청은 성락원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선 고종대 내관 황윤명이 별서로 조성하기 이전에도 경승지(경치가 좋은 곳)로 널리 이용됐고,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등의 역사적 가치와 전통정원 요소와 경관적 가치, 현재 얼마 남지 않은 조선시대 민가정원으로서의 학술적 가치 등을 인정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성락원의 역사성에 대한 재조사 결과 자연 계류와 지형, 그리고 암석 등이 잘 어우러져 공간 구성·경관 연출 등의 측면에서 한국전통 정원으로서의 미학이 살아있는 곳으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성락원의 지정 해제 및 서울 성북동 별서 지정은 한 달 간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