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청와대 녹지원 텃밭에서 심은 청보리와 우리밀을 수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가 별세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청와대에 심은 작물들이 여름을 앞두고 결실을 본 것이다.
24일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업무를 마치고 몇몇 직원들과 함께 직접 작물들을 수확했다. 청보리와 우리밀을 심었던 자리에는 다시 메밀을 심었다고 한다.
청와대 텃밭에 우리 작물들을 심은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화단에 국적도 없는 꽃들이 피어 있는 것 보다는, 우리 농산물을 심어서 농업 현장도 생각보자는 취지였다”면서 “대통령께서 매일 매일 출근하며 얼마나 자랐는지 보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수확한 보리와 밀, 그리고 메밀로 140여개의 티백을 만들어 올해 1월 소방청 119 상황실에 보냈다. 고생하는 소방 공무원들에 대한 따듯한 격려 차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곡물차와 함께 보낸 카드에 “청와대 녹지원에 작은 텃밭을 마련한 것은 국민의 귀한 땀방울을 잊지 않기 위함”이라며 “올해 이곳에서 보리와 밀, 메밀을 거뒀고, 차로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청와대 일각에선 청보리를 심은 문 대통령의 마음 속에 모친에 대한 효심과 그리움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가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강 여사는 6.25 전쟁 당시 함경남도 흥남을떠나 부산을 거쳐 거제도에 온 실향민이다. 처음 남쪽에 발을 디딘 곳이 경남 거제 장승포항. 새하얀 눈만 볼 수 있었던 고향 흥남과 달리 상록수림과 푸른 보리밭이 펼쳐진 남쪽의 풍경에 모친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 수확한 보리와 밀이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어떤 곳에 쓰이면 뜻깊을지 고민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