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우한 코로나 실태' 알린 시민기자 체포…"공중소란 혐의"

현지 매체 "반체제 인사 구금 위한 만능 혐의"

시민기자, 유튜브 통해 우한 상황 실시간 중계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출신의 시민기자 장잔(張展)./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중국 우한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출신의 시민기자 장잔(張展)./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



중국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상을 보도한 시민기자가 ‘공중 소란’ 혐의로 체포됐다.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변호사 출신의 시민기자 장잔(張展)의 아버지는 지난 19일 중국 당국이 우한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도한 딸의 체포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상하이에 거주하던 장씨는 “싸움을 선동하고 문제를 일으킨 혐의”로 상하이 푸둥(浦東)지역 검찰의 승인 아래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이 혐의는 중국 당국이 반체제 인사를 구금하기 위해 곧잘 사용하는 ‘만능 혐의’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 2월 초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후베이성 우한(武漢)을 방문해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트위터·유튜브 등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또한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발병의 심각성을 은폐하고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도하는 한편 (코로나19 상황 단속을 위해) 당국이 주류 언론을 검열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의 아버지는 SCM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시민기자가 되겠다는 딸을 매우 걱정했었다”며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마치 ‘달걀로 바위 치기’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딸의 건강과 구금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딸을 꺼낼 돈이나 연줄이 없어 정말 무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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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외에도 우한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하다 실종된 시민기자는 여럿이다.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CC)TV 사회자로도 활동했던 시민기자 리쩌화(李澤華)는 사망자가 넘쳐나 일손이 부족한 우한 내 장례식장의 실태 등을 취재하다가 지난 2월 말 실종됐다. 그는 지난 4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우한의 격리시설에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뒤 다시 14일간 격리해야 했다고 밝혔다. 우한의 실태를 전하는 영상을 올렸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와 또 다른 시민기자 팡빈(方斌)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잔장 중국 북경외국어대 언론통신학과 교수는 “당국에 의해 ‘문제아’라고 평가받는 시민기자들은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들도 그들을 문제아라고 보며, (시민기자 체포) 사건을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와 연관시키지 않는다”며 “(이 상황은) 수년간 진행된 선전과 검열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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