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회계관리가 상폐도 좌우하는데...올 대상기업 중 '준비완료' 12%뿐

[회계관리, 기업 존폐 흔든다]

<상>본궤도 오른 내부회계관리제

아시아나 인수 원점검토 현산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이 이유

올 자산 5,000억~2조원 대상

2023년엔 전체로 확대되는데

中企 등 비용부담에 아예 손놔

"재무상태 판단근거…준비 시급"




지난 3월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에 대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냈다. ‘비용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통제활동을 설계하지 않았고, 항공기 리스(임대) 회계처리 정확성을 검토하기 위한 충분한 통제장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제표 감사의견으로는 ‘적정’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회계관리를 하는 내부통제 기구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원점 재협상’을 요구하며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처리 문제를 꼽았다. 이에 대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내부회계관리감사는 기업의 회계 관련 내부통제 장치가 적절히 갖춰졌고 순탄하게 작동되는지를 검토하는 일종의 ‘과정’으로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회계 감사와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이 제시한 이유는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뼈 아프다. 회계 업계 관계자는 “2019년 재무제표에서 ‘적정’의견을 받은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면 다음 해에 내부통제가 잘 작동되지 않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향후의 전망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24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할 수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한 내부회계관리규정과 이를 관리·운영하는 조직이다. 기업의 ‘성적’이 되는 재무제표 작성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재무를 보고하는 과정과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부터 도입됐으며 올 들어 자산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오는 2022년부터는 자산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 2023년에는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기업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하지만 아시아나 사례에서 보듯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은 물론 주가 급등락이 심한 코스닥의 중견·중소기업까지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다. EY한영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의 회계재무·정보기술(IT)·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 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을 받는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의 기업 중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대비를 마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도입을 준비 중인 기업은 68%였으며 진행상황이 없는 기업도 20%에 달했다. 2022년부터 제도 적용을 받는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의 기업 중에도 도입준비가 완료된 기업은 2%에 불과했으며 도입 준비 중은 59%, 진행상황 없음은 39%였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의견이 ‘비적정’일 경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하고 2년 연속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데도 상당수 기업이 도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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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 내부회계법인제도는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하는 내부회계관리 모범규준에 따르면 상장사는 효과적인 내부통제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회계에 전문성 있는 인재를 채용해 육성해야 하고 과정을 문서로 남기고 상시모니터링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전 직원이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 같은 제도를 위해 새로 인력을 충원하고 팀을 꾸려야 한다”며 “현재 1~2년 기간이 남았지만 비용 문제로 조속한 시일 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도입 초반에는 계도 위주의 감리를 진행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부통제시스템 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 업계의 우려는 크다. 전규안 숭실대 부총장(회계학과 교수)이 18일 열린 삼정KPMG의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대응 웹세미나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취약점이 보고된 기업의 경우 대체로 재무보고의 품질이 낮고 조세회피가 증가하고 비효율적인 투자가 증가하는 등의 특징이 있었다. 다시 말해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부정적 의견을 받을 경우 감사인이 향후 재무상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근거가 된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지거나 자본 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단지 내부직원을 채용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순한 수준이 아닌 이유다. 국내의 한 회계업체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회계관리가 상장폐지로도 연결될 수 있는데 현재 상장사 중 코스닥회사의 검토 의견이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정착해야 할 제도인 만큼 내부통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회계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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