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석을 가진 여당이 ‘한 달 아르바이트 퇴직급여’ ‘무한임대차법’ 등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작 20대 국회의 미처리 법안을 그대로 내거나 법안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한국유통학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형복합쇼핑몰이 주변 상권의 매출 증가를 전년 대비 최대 30% 이상 견인했음에도 여당은 ‘복합쇼핑몰의 출점 및 영업 시간 규제’ 법안을 총선 1호 공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시장 데이터 없이 인기영합(포퓰리즘)에 편중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추진한 유통법안은 실질적 연구 결과 없이 지역구 일부의 의견만 청취한 채 급하게 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복합쇼핑몰 규제 역시 그동안 온라인쇼핑 활성화 등 유통환경 변화는 무시한 채 지난 2012년에 정해진 대형마트 규제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진(비례대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또한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무시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한 달 이상 단기근로자에게 사업자의 퇴직급여 제공을 의무화하는 이 법이 적용될 경우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임차인이 원할 경우 무한정 전월세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부동산 업계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전세 물량이 월세로 전환돼 오히려 전세 수요자들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협하는 집중투표제가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코스피3000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들이 속출하면서 법안발의 건수도 폭증했다. 국회 개원 후 25일이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21대 국회에는 913건의 법안이 접수됐다. 이는 20대 국회(492)의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고 18대 국회(79건) 때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법안 발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법안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양에 집중할 게 아니라 내실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현섭·박민주·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