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진의가 진짜 뭔지 궁금합니다”
한 전문가가 툭 던진 말이다. 한쪽에서는 ‘6·17 대책’ 등 집값을 잡겠다며 연일 강공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 동시에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개발 이슈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잠실 마이스(MICE) 개발로 일대를 들쑤셔 놓더니 이번에는 서부선 이슈가 외곽지역인 관악구와 은평구의 주택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관악구에서는 7억원대 30평형대 아파트가 8억 5,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한 전문가는 “이미 규제로 꽁꽁 묶인 서울의 경우 규제보다 개발 이슈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개발 이슈가 집값을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들썩이는 관악구…거래 4배 늘고 호가 껑충>
서울 관악구와 은평구를 잇는 ‘서부선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부선 사업이 지난 22일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악·은평구의 일부 아파트 단지들의 거래량과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악구 봉천동의 대단지 아파트인 ‘관악드림타운’의 6월 매매 거래량은 5월 거래량의 4배에 달한다. 6월 거래는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 있는 데 전 달을 월등하게 추월한 것이다. 실제로 관악드림타운 아파트의 매매 거래는 5월에 8건에 불과했지만, 6월에는 현재까지 총 32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해당 단지는 7호선 숭실대입구역과 2호선 서울대입구역 사이에 위치해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서부선이 들어오면서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뿐 아니라 실거래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4월만 해도 7억원대 초반에 거래됐던 해당 단지 전용 84㎡는 6월 들어 8억원에 근접한 7억 8,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올랐고, 현재 호가는 8억 5,000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인근의 ‘관악벽산블루밍’ 아파트도 거래량이 한 달 새 6건에서 12건으로 두 배 늘었다. 올해 2월 6억 7,5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5㎡는 이달 7억 4,8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은평구도 사자 행렬 이어져.. 서대문구도 꿈틀>
관악구 뿐만 아니라 서부선이 시작하는 새절역 인근 은평구 아파트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서부선의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꼽히는 은평구 응암동의 ‘백련산힐스테이트’ 아파트도 거래량과 매매가가 함께 오르는 분위기다. 백련산힐스테이트 2차는 5월 단 2건 거래되는 데 그쳤지만, 이달 들어 6건 거래돼 거래량이 3배 늘었다. 매매가도 크게 올라 전용 84㎡가 이달 16일 8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7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평형이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내 아파트도 서부선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의 DMC센트럴아이파크는 전용84㎡가 지난 3월 10억 4,500만원에 거래돼 ‘10억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서부선은 2호선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과 6호선 은평구 새절역을 연결하는 도시철도 사업으로, 총연장 16.15km에 16개 정거장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리는 최단 시간이 현행 36분(1회 환승)에서 22분(직통)으로 단축된다.
<정부의 진의가 궁긍합니다>
정부는 연일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동시에 서부선을 비롯한 서울 내 개발 호재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강남 지역에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 각종 개발 호재의 영향으로 잠실·삼성동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자, 정부는 이번 6.17 대책에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4개 동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었다. 이런 가운데 서부선 이슈마저 나오면서 외곽지역인 관악, 은평마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추세 대로라면 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같은 집값 상승세가 계속 될 경우 정부가 추가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