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으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이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을 경우 미국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투자회사인 ‘인베스코’가 주최한 원격행사에서 “우리가 (중국과) 공정한 기초에서 경쟁할 수 없다면 앞으로 디커플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커플링은 한 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의 경기 흐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중국이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중국과의 관계를 모두 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최근에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디커플링을 다양한 조건하에서 정책적 선택지로 확실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론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나왔다. 정정 발언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지난 22일 대표적인 대중(對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미중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는 온전하다”며 나바로 국장의 발언을 일축했지만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양국 간 긴장관계는 첨예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지원책과 관련해 “매우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의회와 논의 중인 경기부양책이 다음달에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므누신 장관은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추가 부양책에 현금지급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현금지급은 경제도 띄우고 11월 대선 때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3월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법에 근거해 1인당 1,200달러의 현금을 국민에게 나눠줬는데 최근 트럼프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추가로 2차 현금지급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므누신 장관은 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더라도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조치를 취할 의향이 없으며 미국 경제가 올해 말까지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제재개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는 점차 회복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정보제공 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유로존 6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5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40.9를 크게 웃돌았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PMI도 모두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확장, 그 이하면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마킷이 발표한 6월 미 제조업 PMI 예비치도 49.6으로 전월 확정치인 39.8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 예상치인 52.0보다는 낮았지만 최근 4개월래 최고치다.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전월 확정치 37.5에서 46.7로 높아졌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5월 신규 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16.6% 급증한 연율 67만6,000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지표 개선은 글로벌 경제가 올 3·4분기부터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희망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