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때문에 봤다가, 서예지 팬 됐어요.”
배우 김수현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수현보다 서예지에게 더 눈길이 간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예쁘지만 사이코같은 동화작가 고문영으로 변신해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칭찬이 쏟아진다.
20일 첫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서예지가 맡은 고문영은 최고의 아동문학 작가이지만, 거침없는 그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안하무인 캐릭터다.
고문영은 공주를 꿈꾸는 꼬마에게 마녀가 되기를 권한다. 동화는 꿈을 심어주는 환각제가 아니라 현실을 일깨워주는 각성제라는 남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 “공주처럼 예쁘다”는 어린 소녀에게 “공주는 무조건 착하고 예쁘다고 누가 그래? 엄마한테 말해. ‘나는 예쁜 마녀가 될래요’라고”라며 싸늘한 조소를 날린다.
한 환자가 자신의 낭독회에서 딸을 데리고 함께 죽겠다며 난동을 피우자 “살아볼 자신도 없고 혼자 죽을 용기도 없어. 저승길에 애부터 앞세우는 덜덜이 주제에. 지질하게 굴지 말고 너 혼자 뒤지세요”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출판 사인회에서 자폐 스펙트럼(ASD)을 가진 문상태(오정세)를 함부로 대한 사람들에게는 문강태 대신 앙갚음해주고,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큰일을 겪을 아이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며 이겨내라고 말해준다.
고문영은 로맨스물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모았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독특해 눈길이 가기는 하나, 서예지가 고문영이라는 맞춤옷을 입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존재감이 살아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서예지 특유의 저음이 캐릭터에 무게감을 더한다. 냉소적인 외면과 숨겨진 내면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비주얼도 완벽하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서예지는 시크하고 차가운 얼굴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불안정한 심리를 반영하는 듯한 화려한 스타일링은 마녀를 연상하게 만들어 극의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끌어올린다. 서예지의 우아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서예지가 해석한 고문영은 자기 방어가 큰 인물이다. 그는 “외적인 모습을 독특하게 꾸민다. 남에게 보이는 과시용 보다 자기방어기재에 가깝다. ‘난 이런 사람이니 건들지 마라, 나에게 말 시키지 마. 난 안하무인이야’ 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남에게 공감을 못하는 고문영이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박신우 PD는 “얘지 싶어 캐스팅 했다”면서도 “고문영 캐릭터는 작가가 미울 만큼 정말 어렵다. 서예지와 상의하면서 메워가는 중”이라며 서예지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화제작인 만큼 시작도 좋다. ‘사이코이지만 괜찮아’ 1회는 6.1%, 2회 4.7%를 기록했다.(전국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올랐고, 김수현과 서예지가 나란히 출연자 화제성 부문 1,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