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이 보톡스 제조사 휴젤(145020)의 주주 구성을 변경하면서 매각 사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년간 특수관계인으로 있었던 ‘슈퍼개미’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의 관계도 정리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이 코스닥 상장사 휴젤을 지배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리닥(LIDAC)’은 지난 23일 특별관계인이었던 김 회장과의 공동보유관계를 종료했다. 휴젤 측은 “베인캐피탈과 김 회장이 합의 하에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대주주와 개인 간의 구체적인 협의 조건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의사 출신인 김 회장은 2007년 휴젤에 초기 투자한 오랜 주주다. 2017년 휴젤이 9,300억원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뒤 김 회장은 베인캐피탈과 손잡으면서 특수관계인으로 묶였다. 베인캐피탈이 휴젤의 과반 의결권을 갖지 못하자 김 회장은 본인과 본인 명의의 회사 닥터비케이가 보유한 휴젤 지분 6.4%의 의결권을 베인캐피탈에 넘겼다.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포기하는 이례적인 사례였다. 당시 김 회장은 “베인캐피탈이 마음껏 경영을 하도록 지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년 동안 유지됐던 최대주주 간의 우호적 관계는 이달로 종결됐다. 휴젤은 그동안 2대주주 동양에이치씨와 함께 휴젤파마와 휴젤메디텍을 흡수합병하는 등 지배구조를 간소화했고 이 과정에서 베인캐피탈은 지분율을 충분히 끌어올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닥의 지분율은 42.75%인데 보유하고 있는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로 투자 4년차를 맞은 베인캐피탈은 지배구조와 더불어 특수관계인까지 정리하면서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친 것으로 분석된다. 휴젤은 지난해 7월 LG생활건강 인수설이 돌기도 했지만 양측이 모두 부인했다.
한편 김 회장이 1억3,000만원에 매입한 휴젤 주식은 최근 주가 기준 1,450억원가량으로 평가된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베인캐피탈에 의결권을 맡긴 덕에 1,000배 이상의 기록적인 수익을 내게 됐다. 특수관계인에서 벗어난 김 회장도 투자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