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하고 법원을 찾은 기업 수가 5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작된 경기 하강 추세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26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법원 파산부에 들어온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총 96건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5월(91건) 건수보다 5건(5.5%) 늘어난 수치다.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41건)도 지난해 5월(34건)에 비해 7건(20.6%)이나 증가했다. 다른 지역 법원을 보면 지난해 같은 달 3건이었던 대구지법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7건으로 늘어 증가율이 2배를 넘었다. 부산지법에 접수된 건수 역시 4건에서 7건으로 75% 급증했다.
지난해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2018년의 807건보다 124건(15.4%) 늘어난 931건을 기록했다.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파산신청(445건)은 2018년(402건)에 비해 10.7% 증가했으나 지방(486건)에서는 전년(405건)보다 20%나 증가했다.
올해는 경기 부진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파산신청 건수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법인 파산신청 증가세에 대해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안 좋아졌다는 징표로 해석 가능하다”며 “지금까지는 정부 등의 도움으로 한계 채무자들이 파산신청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는데 코로나19 영향까지 닥치자 버티다 못해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