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정 지키면 나만 손해" 분노하는 대학가

온라인시험 부정행위 잇따르자

"아무도 정당한 노력 안알아줘"

인국공 사태까지 불거져 허탈감

"결과의 평등 추구가 공평인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성적평가 제도 개선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성적평가 제도 개선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많은 학생이 공정성을 지키지 않는데 나 혼자만 지키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

26일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연달아 발생하는 대학 내 비대면시험 부정행위에 대해 ‘아무도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것 같다’며 억울함과 씁쓸함을 토로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부정행위는 일부분에 불과할 가능성이 커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지조차 몰라 본인이 피해를 볼 우려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학생은 본인에게 ‘같이 모여서 시험 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까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져 청년들의 씁쓸한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는 대학생들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시험 부정행위에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국외국어대 재학생 장모(22)씨는 “스스로 당당하게 공정함을 지키고 있어도 아무도 정당함과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고 말했다. 박모(20)씨도 “불공정하게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방법들이 많아지고 학생들의 도덕의식은 낮아지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된다며 ‘공정’과 ‘청년’이 양립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가 부정행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기말고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자 우후죽순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는 지난 18일 진행된 교양과목 기말고사에서 700여명의 학생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외대 측은 ‘부정행위 가담이 적발되면 F 학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험 이후 채팅방은 ‘폭파’돼 몇 명의 학생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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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의 한 법학과목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도 일부 학생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은 앞서 중간고사에서 시험문제가 공개되면 서로 판례를 찾아보고 속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렀다. 이 사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다른 학생에게 부정행위를 권하다 실수로 채팅방에 동명이인을 초대하며 외부에 알려졌다.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열린 ‘경희대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로 비대면강의가 이뤄진 만큼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열린 ‘경희대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로 비대면강의가 이뤄진 만큼 등록금 반환과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들은 이처럼 대학 내부에서 ‘공정함’이라는 개념 자체가 퇴색되는 현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20)씨는 “실제로 주위에서 같이 시험 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스스로 정직하게 시험을 치는 와중에 다른 학생들이 부정행위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대학원생 김모(28)씨도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수강신청 때 매크로를 쓰는 것 같이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공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원래 만연했던 불공정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청년들의 박탈감과 공정성에 대한 회의는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7)씨는 “노력의 가치를 폄훼하고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게 공평하고 올바른 일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3일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그만해달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23만명을 넘어섰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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