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검찰, '이재용 불기소' 전문가 권고 존중해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회의에 참석한 수사심의위원 14명 중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 가운데 다수가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말라는 의견을 냈다. 외부 전문가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에 이 부회장의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상당수 위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삼성을 겨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을 건 셈이다.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시민위원회의 수사심의위 회부 결정까지 포함하면 삼성이 검찰에 3연승을 거두게 됐다.


심의위원들은 이날 9시간 동안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과 사회경제적 역할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최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했으나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날 불기소 권고가 나온 것도 검찰이 범죄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이 4년가량 수사와 재판에 휘말려왔는데 또다시 이 부회장이 기소될 경우 경영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지는 등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됐을 것이다. 삼성은 최근 1년7개월 동안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소환조사 등으로 경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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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견으로 그동안 과잉수사를 벌여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은 앞서 열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결과도 모두 받아들였다. 삼성도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경제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아직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대국민사과를 할 때 약속한 준법경영을 적극 실천해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삼성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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