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초저금리에...엄격했던 '킥스' 칼날, 무뎌졌나

금감원 '킥스 3.0' 세부내용 확정

주계약-특약 분리회계 원칙 폐기

보험사 스스로 기준 선택 길 열려

최근 금융 당국이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최종안을 공개한 가운데 당국이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자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한화생명이 가까스로 규제 기준(100%)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앞서 진행한 1·2차 계량영향평가 당시 기준 대비 ‘계약의 경계’ ‘위험마진’ 등의 주요 항목을 크게 완화한 결과로, 기존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8일 금융 당국 및 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킥스 최종안인 ‘킥스 3.0’의 세부내용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각 보험사들은 오는 8월까지 일종의 스트레스테스트인 3차 계량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당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킥스는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맞춰 도입을 준비 중인 새 건전성 지표로 2023년부터 현재의 지급여력(RBC)비율을 대체하게 된다. IFRS17과 마찬가지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킥스 도입 시 RBC비율이 기존 RBC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내부 유보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는가 하면 공동재보험 등을 통해 부채를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안에 비해 최종안에서 크게 완화된 부분은 위험마진 기준과 계약의 경계 부분이다. 위험마진의 경우 보험리스크만 반영하도록 국제보험자본기준(ICS)이 개정되면서 국내 기준에도 이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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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손보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렸던 ‘계약의 경계’ 관련해서는 주계약과 특약을 구분해 준비금의 적정성을 평가하겠다는 기존 원칙이 사실상 폐기됐다. 킥스 2.0에서는 ‘특약의 계약 경계를 주계약과 동일시하는 특약 보험료 비중을 20%로 상향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칙을 신설해 완화하더니 최종안에서는 사실상 보험사 자율에 맡겼다. 기존 안에서는 특약으로 주로 주계약의 손실을 만회하는 생보사가 불리한 반면 실손의료보험의 도수치료 특약처럼 특약 손해율이 높은 손보사에는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감독회계 처리가 자율화되면서 보험사들은 각 사의 사정에 맞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당국이 자체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도 중소형 4개사를 제외하고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물론 올 들어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 변수지만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2차 계량영향평가에서 9개사가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킥스 도입으로 ‘관리대상’이 되는 회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무엇보다 대형사인 한화생명이 규제수준을 넘어서면서 당국으로서는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에 맞춰 자본확충에 나섰던 일부 보험사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킥스 1.0 발표 이후 매년 자본확충을 이어왔던 한 보험사는 올해 계획했던 채권 발행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보험 회계 전문가는 “킥스는 보험사들이 초저금리에 철저히 대비하도록 하는 ‘조기경보기’로 도입하는 것인데 대형사마저 탈락 위기에 놓이자 당국이 대놓고 하향 평준화에 나서고 있는 꼴”이라며 “금리 하락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모든 회사를 규제 수준 이상으로 올려놓도록 기준을 끊임없이 수정한다면 조기경보기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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