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수처장, 법 따라 여야 합의로 뽑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시한을 7월15일로 못 박고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지난 1월 공포된 ‘공수처 설치법’ 제5조와 6조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7명의 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의 예비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다. 추천위원에는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여당)가 추천한 2명, 그 외의 교섭단체(야당)가 추천한 2명이 포함되고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참여한다.


21대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추천위 구성은 첫발도 떼지 못했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압박하는 국회법·인사청문회법 개정안과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을 발의했다. 운영규칙에는 ‘추천이 없을 때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국회의장에게 야당 위원 추천을 독촉하는 권한을 주고, 다른 교섭단체에 추천 권한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 카드’를 내민 셈이다. 야당에서는 “모법을 어기는 규칙까지 만들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규칙 발의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굳이 차지한 것도 공수처장 임명 강행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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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최근 행태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공수처법을 대표발의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조차 “고위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아니라 되레 수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을까. 공수처의 핵심 요건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다. 이를 위해 공수처장 임명 절차는 법률에 따라 여야 합의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공수처 출범부터 불법과 불공정 논란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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