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50여분을 달려 도착한 제주시 한경면의 스위트몽키 바나나 농장. 제주 서쪽 끝 해발 200m 이하의 저지대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울창한 열대림이 눈 앞에 펼쳐졌다. 5m 높이의 나무마다 초록빛의 탐스런 바나나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바나나의 고향인 아열대의 덥고 습한 날씨를 유지하기 위해 스프링클러와 보일러가 실시간으로 작동했다.
오후 1시가 되자 4인1조의 직원들이 바나나가 다칠라 목장갑 대신 수술용 장갑을 끼고 수확에 나섰다. 바나나 모종을 심은 뒤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년으로, 한 송이에 20개 정도가 달린 바나나의 무게는 평균 23~27㎏에 달한다. 제주에 총 3만7,474m2(1만5,42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 중인 스위트몽키의 연간 수확량은 약 200톤. 윤광규 스위트몽키 부사장은 “첫 바나나 나무를 심은지 3년 만에 8,000그루로 늘었다”며 “수입산과 차별화된 친환경 바나나를 선보이기 위해 최첨단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친환경 과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지난 4월 수입 열대과일의 대명사인 바나나의 5%를 국산 유기농 바나나로 대체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1㎏당 9,998원 수준으로 수입 일반 바나나의 3배에 달하지만 찾는 고객이 많아 성수기인 가을에는 지금의 3배에 달하는 주간 600박스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약 30년 전 제주에서 생산을 시작한 국산 바나나는 1989년 연간 수확량이 2만톤에 달했으나 1991년 수입자유화 조치 이후 저렴한 가격의 수입 바나나에 치여 1993년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친환경 먹거리가 부상하면서 제주 바나나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국산 바나나는 장기간 운송과정을 위해 조기 수확하는 수입산과 달리 충분히 익힌 후 수확해 껍질이 얇고 수분 함량이 높다. 또 유통단계가 짧아 화학약품에 대한 우려도 낮다.
특히 스위트몽키는 재배부터 배송까지 모든 단계에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무농약은 물론, 지렁이 농법 등 유기농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 온·습도 제어와 자동 급수 등 최첨단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24시간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중앙 관제 시스템을 통해 농장 내외부 온도와 일조량, 습도, 산소 등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법으로 수확한 바나나는 세척 후 최소 1톤부터 최대 3톤까지 수용 가능한 4개의 창고에서 후숙 과정을 거친다. 윤 부사장은 “평균적으로 4~5일이 걸린다”며 “몸통은 샛노랗고 꼭지에는 푸른빛이 돌때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이렇게 까다로운 생산 과정을 거친 바나나를 판매하게 된 것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해 이커머스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추가하고 콜드체인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신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농수축산 전문 품질관리자를 산지에 파견해 품종선별 및 재배단계부터 컨설팅하고 콜드체인 운송을 통제하는 상품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점포에서는 ‘신선지킴이’가 수시로 선도 관리를 통해 품질을 유지한다. 이같은 철벽마크 덕분에 홈플러스 신선식품 반품률은 0.01%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진을 고려하다 품질을 놓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 품질관리자를 두어 바이어를 견제하고 있다”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