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건설을 위해 대한민국이 담당하는 ITER 조립장비의 조달이 모두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ITER 장치의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될 예정이다.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는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가능성 실증을 위해 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건설·운영하는 핵융합실험로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ITER 조립장비의 최종 조달품인 ‘섹터인양장비’와 ‘CS자석인양프레임’이 제작과 검증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28일 ITER 건설지인 프랑스로 출항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ITER 건설을 위해 조달 책임을 지고 있는 9개 품목중 2개의 조달을 완료하게 됐다. 또한 이번 우리나라의 조립장비 적기 조달 완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ITER 주장치 조립단계가 시작된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ITER 조립장비는 우리나라가 상세 설계부터 제작, 검증시험까지 100%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조달해야 하는 품목이다. ITER 주장치 조립에 사용되는 특수장비에는 섹터부조립장비(Sector Sub-Assembly Tool), 섹터인양 장비(Sector Lifting Tool), CS자석인양프레임(CS Lifting Frame), 직립화장비 (Upending Tool) 및 중앙지지구조물(Central Column) 등 5개의 주요 조립 장비들이 포함된다.
ITER 장치는 각 회원국에서 제작한 조달품을 조달받아 프랑스 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 건설지에서 조립·설치하는 형태로 건설된다. ITER 건설을 위한 조달품들은 진공용기, 초전도자석 등 수백 톤의 대형·고중량 구조물들이지만 조립과정에서 수 mm 단위의 세밀한 조립공차가 요구되는 등 공정이 매우 까다롭다. 이에 특수한 기능의 조립장비 개발이 필수적이다.
핵융합연 ITER한국사업단은 조립장비의 개발과 제작을 위해 2010년부터 국내 산업체인 SFA, 유진엠에스, 일진기계와 협력을 진행해왔다. SFA는 국내에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 장치 건설 시 조립장비를 담당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조립장비는 2017년 섹터 부조립장비의 출하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제작돼 ITER 건설지로 운송돼 왔고 이번 섹터 인양장비와 CS자석 인양프레임을 마지막으로 11년 간 모든 조립장비 개발을 마치게 됐다.
조립장비는 ITER 장치 조달품중 가장 많은 인터페이스(조립 시 다른 부품들과 간섭되는 부분)를 갖고 있어 매우 까다로운 설계와 제작 기술을 요구하는 품목이며 국내 연구진과 산업체는 모든 조립장비에 대해 ITER국제기구에서 정한 엄격한 품질 기준과 절차를 충족하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섹터인양장비는 프랑스 안전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술 기준에 맞춰 실제 하중 대비 1.5배 이상인 2,000톤의 하중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섹터부조립장비는 ITER 건설 현장에서 진행된 정밀 조립 검증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ITER한국사업단 남경오 조립장비기술팀장은 “지난 11년간 진행해 온 조립 장비 개발은 국내 연구진들이 참여 기업과 한 팀이 되어 여러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며 협력해 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은 “이번 ITER 조립장비의 조달 완료를 통해 ITER 사업 추진 위한 우리나라의 선도적 역할을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며 “ITER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기술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최종 출하한 조립장비들은 지난 4월 20일 현대중공업에서 완성 기념식을 개최한 ITER 핵심품목인 진공용기 섹터 6번과 함께 ITER 건설 현장으로 운송된다. 이후 8월 프랑스 건설 현장에 도착하면 진공용기 직립화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ITER 주장치 조립을 시작하게 된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