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체크] 무슨 자신감?…서구권 ‘노 마스크 ’ 고집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도 미국 한 휴양지에서 시민들이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도 미국 한 휴양지에서 시민들이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는데도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잘 착용하려 하지 않는다. 무슨 자신감일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최고보건책임자는 최근 외출시 마스크 착용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고 사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구권 국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무지 강하다.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불순한 의도 감추려는 속내 ‘거부감’ 강해


미국 텍사스 주도 오스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데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 텍사스 주도 오스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데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유는 뭘까?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은 서구권 내에 문화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남성들은 마스크 착용이 ‘약하고 멋지지 않다는 표시’로 인식한다. 이같은 허영심(?)이 거부감을 일으키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얼굴을 가리는 것은 무엇인가 불순한 의도를 감추려는 속내가 있어 위험한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은행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나 일부 국가에서는 야외 집회·시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것이 이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이슬람식 베일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여기에 코로나19 발병 초기 보건 당국과 정치인들이 의료진을 위한 보호장비 물량 확보를 위해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메시지가 일관되지 못했던 탓도 크다.

정치인들 마스크 안 써…잘못된 메시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 ‘메이오 클리닉’을 방문,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 ‘메이오 클리닉’을 방문,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명 정치인들이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퍼진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칼 라우터바흐 독일 전염병학자는 “지도자들의 역할 모델 부족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며 “의사들이 마스크를 쓴지 100년이 넘고, 모든 의과대학생들이 마스크가 감염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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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화당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CNN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정치적인 오명’을 벗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를 지지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그 반대면 마스크를 쓴다는 정치적인 논쟁을 없애는 데에도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3일 공개된 퓨 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달 공공장소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응답은 공화당 지지자 53%, 민주당 지지자 76%로 큰 차이가 났다.

아시아는 90% 육박하지만…유럽 등 서구권 마스크 수용도 턱없이 낮아


정부는 6월30일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적마스크 수급 조치를 7월1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정부는 6월30일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적마스크 수급 조치를 7월1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은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에서 마스크 착용률인 90%에 육박한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31%밖에 안 되고,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5%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은 물론 취약성의 상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데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초반에 일상적 마스크 착용의 효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고, 정치지도자들도 착용하지 않은 데 따른 현상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6월 국가별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가장 최신 응답 기준 미국은 71%(22일), 독일은 64%(18일), 영국은 31%(25일)를 기록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률이 지난달 25일 기준 덴마크 3%, 스웨덴 4%, 노르웨이 5% 등으로 5% 이하의 극도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 92%(19일)를 필두로 말레이시아 89%(22일), 홍콩 86%(22일), 대만 85%(22%) 등으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률이 90%에 육박해 서구권과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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