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젊고 힙한 국악, 여름 무대 달군다

이자람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 재연

남미 소설 원작에 깊은 소리 담아내

국악 크로스오버 국립극장 ‘여우樂’‥

수궁가 재료 삼은 팝밴드 이날치부터

北 민요·굿음악 기반한 악단광칠까지

젊고 신선한 국악이 여름 공연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소리극부터 클럽에서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국악 기반의 밴드 음악에 이르기까지. ‘전통’이라는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개성을 입은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는 ‘힙한 음악’을 빚어내며 국악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을 깨부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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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람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사진=완성플레이그라운드이자람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사진=완성플레이그라운드



소리꾼 이자람은 ‘판소리의 대중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일찌감치 독일의 세계적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과 ‘억척 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판소리 ‘사천가’와 ‘억척가’로 각색·작창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만들었다. “원작이 판소리와 어울리느냐는 선택 순위에서 100위 정도일 것이다.” 작업에 있어 ‘판소리로 만들기에 적합한 소재냐’보다 ‘이걸 하고 싶다’는 끌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는 굳이 형식과 틀에 집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형식과 틀, 선입견을 깨부순 그의 공연은 오는 7월 5일까지 더줌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이방인의 노래’ 재연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이방인의 노래는 이자람이 남미의 대표 소설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 ‘대통령 각하, 즐거운 여행을!’을 원작으로 2016년 초연했다. 제네바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부부 라사라와 오메로가 큰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에 온 고국의 전직 대통령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대만·일본·헝가리·프랑스 무대에도 올라 호평을 받았다. 이방인의 이야기는 파격의 연속이다. 카페 같은 무대, 점프슈트와 운동화 차림의 이자람은 무대와 객석을 종횡무진 누비며 남미 소설을 맛깔진 우리 소리로 풀어낸다. 오메로가 전직 대통령을 만나 평소 먹기 힘든 스테이크를 영접하고, 이게 탈이 나 귀갓길에 곤욕을 치르는 장면에선 판소리 특유의 익살이 빛을 발한다. ‘아직 집까지는 한참이 남았는데 난리 난 대장을 어쩌란 말이냐/울상이 된 오메로 새하얘진 오메로 식은땀 흘리는 오메로 (중략) 직업에만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도 귀천 가려 사람 골라 흡수되더냐.’ 원작에서는 고기 먹는 장면이 그리 길지 않지만, 판소리극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의 분량을 조절했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료로 개성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사진=난파 제공판소리 수궁가를 재료로 개성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사진=난파 제공


7월 3~25일 국립극장에서 펼쳐지는 국악 크로스오버 공연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에서도 과감한 시도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11일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들썩들썩 수궁가’가 기다리고 있다. 이날치는 영화 ‘곡성’, ‘암살’ 등의 음악감독 장영규, 그와 민요 록 밴드 ‘씽씽’에서 활동한 이철희,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정중엽과 소리꾼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로 구성된 밴드다. 밴드명은 조선 시대 소리꾼 이날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반복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인 이날치의 ‘범내려온다’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만든 유튜브 공연 영상이 조회수 180만뷰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 국악의 세계화 같은 거창한 계획은 없다”는 이들은 그저 “들으면서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난달 낸 정규 앨범 1집 타이틀은 ‘수궁가’다. 수록곡은 수궁가의 주요 대목을 골라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갑질 횡포나 사내 정치, 살기 위해 속고 속이는 서스펜스 등 수궁가에 담긴 풍부한 스토리는 매력적인 소재였다고. 이날치는 11일 공연에서 무대를 채운 삼면의 스크린을 통해 곡에 맞는 감각적인 영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황해도 지역 옛 민요와 굿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악단광칠/사진=악단광칠 홈페이지황해도 지역 옛 민요와 굿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악단광칠/사진=악단광칠 홈페이지


전통악기와 소리만으로 유쾌한 밴드 사운드를 만드는 악단광칠도 7월 18~19일 ‘인생 꽃 같네’로 여우락 무대에 오른다. 악단광칠은 황해도 지역의 옛 민요와 굿 음악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굿판’을 표방하며 활동 중인 9인조 밴드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 결성됐다고 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동안 홍대 클럽, 네이버 ‘온스테이지’,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나왔고, 2017년 체코 월드뮤직 페스티벌 컬러즈 오브 오스트라바를 시작으로 지난해 핀란드 탐페레에서 열린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 , 올 1월 북미 최대의 월드뮤직 박람회인 ‘글로벌페스트’ 무대에 서며 해외 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악단광칠은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신보 2집 수록곡 ‘노자노자’, ‘와대버’ 등을 처음 공연한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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