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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리꾼' 김동완 "술꾼이 독주 좋아하듯, 사극은 내게 독주같은 느낌"

영화 ‘소리꾼’에 출연한 배우 김동완. / 사진제공=Office DH영화 ‘소리꾼’에 출연한 배우 김동완. / 사진제공=Office DH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거듭나면서부터 김동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나 배역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드라마와 뮤지컬, 연극 무대까지 종횡무진 누비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 그것도 사극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7월 1일 영화 ‘소리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독주를 좋아하듯, 사극은 내게 독주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감정의 폭이 깊게 오고 가는 매력이 있는 만큼 사극이나 전쟁영화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수없이 봐왔기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확고했다.


그가 몰락 양반으로 등장하는 영화 ‘소리꾼’은 영조 10년 착취와 수탈, 인신매매로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에 납치된 아내 간난을 찾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노래하는 소리꾼 학규를 중심으로 뭉친 광대패의 조선팔도 유랑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대뜸 조정래 감독을 만나자마자 ‘몰락양반 역을 하겠다’고 역제안했다. 조 감독은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거절하려 했지만 김동완은 “어떻게든 해낼 테니 시켜만 달라”며 그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 사진제공=Office DH/ 사진제공=Office DH


감독을 설득해낸 열정처럼 그는 극 중 클리셰 역할을 하는 ‘몰락 양반’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연극 출신 선배 배우들(박철민·김병천)과 수차례 신을 맞춰보는 것을 시작으로, 소리를 배우러 유명한 사부님을 찾아가거나 붓 잡는 장면을 위해서는 퇴계원의 붓글씨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완성된 시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

“특별히 어떤 장면에 아쉬움이 남는 건 아닌데 연극을 할 때만큼 연습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지금 대학로에서 연극(‘렁스’)을 하고 있는데, 연극의 경우 무대에 서기까지 정말 ‘연습만’ 할 정도로 늘 복기와 암기를 반복해요. ‘영화 촬영도 이렇게 했다면 내가 좀 더 다른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까지 안 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또 소리가 하고 싶어서 ‘소리 할 것 있으면 시켜주세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이후 종로구 낙원동에 한 사부님을 찾아가 흥부가 중의 한부분인 ‘화초장’을 배웠는데 ‘소리란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영화에서 제가 ‘천안삼거리’를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동근의 소리와 비교돼서 굉장히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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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은 자신의 배역만큼이나 함께 출연한 동료배우들과 감독, 그리고 영화에 대해 자신했다. 특히 ‘학규’역의 이봉근과 학규의 딸 ‘심청’으로 출연한 하연 양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크를 잘 타는 소리들이 있는데, 봉근이의 소리가 굉장히 잘 타더라구요. 시사회 때 극장에서 들었을 때 소리가 극대화 된 것 같아 훨씬 좋았어요. 봉근이의 소리와 하연이의 민요 ‘닭아 울지마라’ 때문에 펑펑 울었어요. 젊은 층들이 판소리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시던데 저희 영화에선 특히 하연이의 연기와 소리에 반하실 수 있어요.”


“감독님께서 소리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이셨어요. 마지막 연회 장면에서 가야금을 치는 사람, 한국 무용하는 사람, 소리하는 사람 다 입상 경험이 있는 특기생들이거나 대부분 한예종 출신이에요. 조·단역도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해주셨고, 첫 장면에서 꽹과리를 신명나게 치시는 분도 평생을 사물놀이만 하셨어요. 다들 소리가 달라요. 인이 배인 소리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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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동완은 7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연극 ‘렁스’에도 출연하고 있다. 영화처럼 연극도 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대시해 주연을 따냈다. 그런 그가 연기의 매력, 연기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연기는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신 안에서 자기 최면이자 집단 최면에 걸리는 것 같아요. 처음 눈물 신을 연기할 때 감정을 잡기 위해 슬픈 생각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인물이 돼서 그 상황이 슬퍼지고 행복해지게 되요. 그게 너무 즐겁고 짜릿한 것 같아요. 특히 그 짜릿함이 연극에서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 사진제공=Office DH/ 사진제공=Office DH


1998년 아이돌 그룹 신화로 데뷔한 그는 나름의 해석과 나름의 만족을 얻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 지금은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졌지만 연기의 길에 접어든 이상 연기에 대한 고민과 딜레마도 찾아왔다.

“과거 아이돌 출신 배우치고는 연기와 관련해서 욕을 안 먹었지만 나만의 색깔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색깔을 넣는 작업이 굉장한 노력과 반복이 필요하구나’를 느꼈어요.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것을 캐치해야 하는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상대와도 호흡해야 하고, 왜 선배들이 연극을 해야된다고 말씀하셨는지 깨달았죠”

“한편으론 내가 너무 많은 걸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사실 그게 장점이 돼서 일을 쉬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좀 더 전문성을 갖고 깊이 파고들고, 어떤 분야든 끝을 맺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와 노래만큼은 심도 있게 파고들 생각입니다.”

40대에 접어든 김동완의 계획은 팬들의 바람과 같은 결혼이 아니라 여전히 ‘일’에 치중돼 있다. 한때 결혼하고 싶다며 노력하기도 했다던 그는 그사이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금은 막판 스퍼트가 온 것 같은 느낌, 제가 준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 2년은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배우 김동완’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다 계획이 있는 상태고, 쉬지 않을 생각입니다.”

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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