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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 그래닉 IBS 단장 "K방역 성공한 한국, 지금이 기초과학 강국 도약 기회"

■세션1 : 초격차 전략

기초과학 위기서 인류 구할 방패

한국, 강대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연구대학 육성 등 투자 더 늘려야

해외로 떠난 과학인재 돌아올것

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2020에 특별강연자로 참석한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이 ‘개방·융합·협력을 통한 과학기술의 차별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2020에 특별강연자로 참석한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이 ‘개방·융합·협력을 통한 과학기술의 차별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과거에는 한국의 과학인재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유럽에서 연구했는데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으로 연구환경이 좋아지면서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한국으로 역유입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 여건이 현재보다 더 개선된다면 한국은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1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의 세션1 강연자로 나선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은 “‘K방역’이라 불리는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의 토대는 기초과학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래닉 단장은 한국이 기초과학 경쟁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과학 인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한국으로 역유입된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대학 지원으로 연구환경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그는 “한국이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지면서 교수뿐 아니라 젊은 인재들도 한국에 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정부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과학기술특화대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닉 단장은 이어 과학 인재 양성으로 과학 강국으로 발돋움한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초과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인구 600만명의 싱가포르는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연구 중심의 대학을 만들었고 많은 인재가 싱가포르로 몰리게 했다”며 “인구 900만명의 스위스도 유수 대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는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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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에서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이 ‘개방·융합·협력을 통한 과학기술의 차별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오승현기자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에서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이 ‘개방·융합·협력을 통한 과학기술의 차별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오승현기자


그래닉 단장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에서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 위치추적과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 등 두 가지를 한국의 코로나19 극복법으로 꼽았다. 이 두 기술은 애초에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기술이 위기대응에 시기적절하게 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닉 단장은 “GPS 기술은 100여년 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밝혀낸 것이 바탕이 됐다”며 “당시 사람들이 한 물리학자의 아이디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아이디어 덕에 현재의 우리는 위치와 상관없이 시간을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됐고, 나아가 코로나19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괴짜 과학자가 개발한 PCR 기술도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 기술은 수십 년 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주요 기술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응용과학에 비해 리스크도 크고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류에게 혜택을 준다고 봤다. 그래닉 단장은 “기초과학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응용과학보다 리스크도 높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며 “하지만 위치추적과 PCR 기술처럼 인류는 여러 방식으로 이미 존재하는 기초과학 연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보다 더 위협적인 블랙스완(확률은 낮지만 현실화하면 파장이 매우 큰 사건)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당장은 유용성이 없어 보이는 기초과학 연구가 위기의 순간에 방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닉 단장은 “기초과학 연구가 필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다가올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한국도 강대국의 연구와 투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모범사례로 꼽히면서 강대국들이 작은 나라인 한국을 배우고,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계기로 세계의 인재들도 한국에 주목하고 있는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로 더 많은 인재가 한국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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