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정부·기업·가계 5,000조 빚더미…그리스 전철 피해야

우리나라 국가·기업·가계 부채의 총 규모가 곧 5,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말 한국의 국가·기업·가계 총부채를 4,540조원으로 추정했는데 올 들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연말에 840조원 이상 되고 현 정부 말기에는 1,000조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예고됐다.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25조원을 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 등 민간신용(대출·채권 등)은 3월 말 기준 3,866조원이었다.


‘부채공화국’을 주도하는 주체는 단연 정부다. 현금살포 복지 정책으로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확장재정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를 내세워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여당 단독으로 3조원이나 더 늘렸다. 국회 예결특위 보고서에서 4년간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50조원 이상 줄어든다고 경고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제위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각 경제주체들이 빚으로 버티는 상황이라 부채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최대 76만가구가 파산하고 절반 이상의 기업이 이자도 못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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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1970년대에 연평균 5.5%의 성장률을 자랑했지만 1981년 사회당 정부 출범 이후 현금복지 확대와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983년 33.6%에서 10년 만에 100%를 넘어서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나랏빚은 일단 늘어나면 걷잡을 수 없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는 재정건전성을 지키지 못하면 당장 국가신인도를 우려해야 할 처지다. 이제라도 여야의 선심성 정책 경쟁을 중단하고 재정 낭비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와 민간의 부채를 줄이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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