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34)이 ‘18세의 반란’을 잠재우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개막전 우승자로 우뚝 섰다.
이지훈은 5일 경남 창원 아라미르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원) 마지막 날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18번홀(파5)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전에서 3m 버디를 잡아낸 이지훈은 2m가 채 되지 않는 버디 퍼트를 놓친 김주형을 물리치고 상금 1억원을 차지했다. 지난 2017년 제주오픈에서 첫 우승한 뒤 2년9개월 만의 통산 2승이다. 데뷔 첫 승 이후 2018년 상금랭킹 59위, 지난해 상금 79위로 부진했던 이지훈은 슬럼프를 떨치고 투어의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할 발판을 마련했다. 첫 우승한 제주오픈 때는 최종 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됐던 터라 이날 우승은 유독 특별할 만했다.
4라운드 출발 때만 해도 이지훈은 선두에 5타나 뒤진 공동 14위였다. 리더보드 윗줄의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보면 우승 기대는 무리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지훈은 2~5번 네 홀 연속 버디로 단숨에 우승 경쟁에 뛰어들더니 10·11번홀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12~14번 버디 뒤에는 단독 선두가 됐다. 18번홀에서 2온 뒤 3퍼트로 파에 그쳐 21언더파로 연장에 끌려갔지만 이지훈은 같은 홀에서 두 번 실수하지 않고 버디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반 네 홀 연속 버디, 후반 다섯 홀 연속 버디로 9언더파를 몰아친 뒤 연장 첫 홀 만에 트로피에 입 맞추는 화끈한 하루를 보냈다.
김주형은 정규 18번홀에서 4m 이글 퍼트를 성공, KPGA 투어 첫 출전에 준우승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 6월생인 김주형은 만 18세14일로 KPGA 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쓸 뻔했다. 주로 아시안 투어에서 활동하며 지난해 첫 우승도 달성한 그는 전날 9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하지만 퍼트가 잘 떨어져 주지 않아 4타를 줄이는 데 그친 끝에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대상(MVP) 문경준은 이지훈·김주형에 1타 모자란 20언더파로 김태훈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출신 신인 장승보는 버디만 10개를 쓸어담아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10언더파 62타)을 세우며 공동 13위(17언더파)로 마쳤다. 1·2라운드 선두 홍순상도 13위, ‘낚시 스윙’ 최호성은 11언더파 공동 39위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