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강한 대한민국]'대북 평화공세' 아닌 '강한국방·원칙외교' 집중해야

■강한 대한민국<상>

G2패권전쟁·北 잇단 도발로

한반도에 격랑 휘몰아치는데

남북관계만 매달려 수수방관

외풍에 맞설 힘부터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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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에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을 진원지로 한 격랑은 북한의 연이은 고강도 도발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을 절체절명의 지경까지 몰아갈 태세다. 한국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강한 국방, 유능한 외교력을 키워 어떤 외풍에도 당당히 맞설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국방전략을 새로 가다듬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특히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박지원 국정원장-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문재인 정부 2기 안보팀의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향한 평화공세에만 힘을 쓰는 데서 벗어나 강한 국방과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그럴 의지나 역량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5일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지난 3일 발표된 문 정부 2기 안보라인 진용은 한 마디로 북한의 김정은(국무위원장)을 위한 맞춤형 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이번 안보라인 개편을 두고 한쪽에 치우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서 대미·대중·대일외교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에만 너무 힘을 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당장 미중 간 격돌의 와중에 ‘자강외교’와 ‘고슴도치 국방’의 기틀을 닦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5개월가량 앞으로 다가온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그럴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공세와 중국 측의 맞대응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2018년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 공방을 거쳐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며 점입가경의 양상을 띠고 있다. 미중이 세계를 편 가르며 ‘신냉전’의 전조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난처한 입장이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 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미중관계가 계속 나빠지고 미국이 아시아에 선택을 강요해도 한국은 경제적·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에 맞서는 선택을 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의 중국 의존에 대해 (미국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중러 국경 폐쇄로 금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북한까지 도발 의지를 내비치면서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한국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미국 대선의 향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일갈등 역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한미일 안보동맹의 축까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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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우선에 입각한 ‘자강’이라는 외교원칙을 다시 한 번 바로 세울 때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제재의 효력이 아니라 역효과로 보고 안절부절못하거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등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우리가 먼저 애를 태우는 모습을 보일수록 ‘만만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스로 경제력과 국방력, 외교적 협상력을 먼저 극대화하는 것만이 미국·중국·북한·일본 등 주변국들을 우리가 원하는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호전적 태도는 그들의 좌절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남북관계의 핵심원칙은 상호주의여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우리를 넘볼 수 없도록 ‘고슴도치 국방’ 태세를 완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과 미국에 의한 미사일협정·원자력협정 등 ‘안보족쇄’의 현실적 한계를 속히 극복해 국방에서도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가 내줄 것은 내주더라도 미국으로부터 안보상의 더 큰 이익을 얻어내는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군의 첨단 군사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에는 미사일사거리 제한 철폐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관련 지식 기반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경제보복과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에서 확인했듯이 우리의 경제적 허점도 메워야 할 숙제로 꼽혔다. 한국에 접근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독특한 안보관,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북한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지 우리 정부의 선의만 앞세워서는 실질적인 외교성과를 얻어내기 힘들다는 평가였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현재 북한의 태도를 보면서 ‘미국과 손잡고 제재를 철저히 하니 손을 들고 나오는구나’라고 판단해야지, 그간의 공든 탑이 무너진다며 전전긍긍하면 오히려 남북관계가 망가진다”며 “국제관계는 상대방의 속을 타게 하는 게 힘이고 상대방이 힘들어할 때 비로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경환·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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