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종합부동산세 공제액을 현행 6억원에서 낮추고 실거주하지 않고 단기 매매할 경우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을 아예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자초한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다주택자를 겨냥해 징벌적 과세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과 맞물려 사실상 증세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3번째 부동산대책을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하고 의원입법을 통해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우선 투기성 다주택 수요를 강하게 옥죄기 위해 기본공제를 축소하거나 과세표준(세금부과 대상) 기준선을 낮춰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2년 단기 주택매매를 사실상의 투기세력으로 보고 양도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세율 인상뿐 아니라 실거주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제 혜택을 줄이는 식이다. 이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4.0%로 상향 조정한 지난해 12·16대책에 ‘α’를 더하는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에 대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계층을 겨냥한 징벌적 과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금 강화 등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고 이 같은 정책이 매물 잠김, 부의 대물림 심화 등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22차례의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전방위적으로 부동산정책 전환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 다주택자 몰아세워 정책의지 내비쳐
당정이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물리는 추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은 시장과 지지층을 향해 정책 의지를 보여주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준비했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강화 법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종부세 최고세율 인상 또는 과표구간 조정, 기본공제액 축소 등의 추가 대책을 통해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차원이다.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 집값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당정의 판단이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정책 효과가 거의 없기에 규제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는 게 더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5일 관계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당정은 다주택자, 그리고 단기매매자에 대한 ‘실질적 세 부담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이 최근 며칠간 “종이호랑이 종부세가 아닌 진짜 무서운 종부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지속해 발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기존 법안에 현행 0.5~3.2%인 종부세율을 0.6~4.0%까지 올리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내용 등이 포함됐으나 정부는 더 큰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일반적인 소득 과세를 넘어 징벌적인 수준의 과세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보유세 등 부동산세제의 부족한 점을 손봐야 할 점이 있다”며 “두루 검토해서 집을 많이 가진 것이 부담 되게 하고 투자차익은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간 12·16 그리고 6·17대책 등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대책을 20여차례나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관련 대책을 의원입법 형식을 통해 이번주 중 법안 발의를 완료하고 7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속도전을 펼칠 방침이다.
우선 당정은 종부세 기본공제(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를 줄이고 과표구간을 낮추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이 많지 않은 만큼 과표구간을 건드려 다주택자 보유자가 느끼는 실질적 세 부담을 키우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공제금액을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아울러 현재는 거주자인 1세대가 2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다 팔면 9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고 조정대상지역 내 1세대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 모두 2년 이상인 경우 9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데, 이때 적용하는 보유·거주기간을 더 늘리고 양도세율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혜를 다시 축소하는 ‘부동산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이 벌써 발의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그간 종부세 합산과세를 면제해줬는데 앞으로는 합산과세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집주인들의 자발적 임대주택 등록을 늘려야 한다며 각종 ‘당근’을 제시했던 만큼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투기 주범으로 모느냐”는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징벌적 과세가 매물 잠김, 부의 대물림 심화 등의 부작용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이른바 ‘부의 대물림’인 아파트 증여가 크게 늘었다. 서울경제가 현 정부 이전 3년과 최근 3년의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를 비교한 결과 1만6,000여건에서 3만9,000여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보유세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부담을 월세에 전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퇴로를 열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도세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를 한다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부족으로 연결될 것이고 서민이 더 어려워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보유세가 제일 높은 나라 중 하나가 영국인데 영국에서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집값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