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뉴딜 사업으로 각 산업단지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필요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 자립형 산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시설 노후화와 각종 산업폐기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산단을 친환경화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 생산 능력까지 갖추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에너지 자립형 산단을 그린뉴딜 사업에 포함하는 것을 두고 내부 논의 및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 전이나 산단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 방안으로 각 업체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연료로 필요 전력의 대부분을 직접 발전하는 ‘RE100’ 제도를 산단과 연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녹색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구매하거나 아예 자체 생산해 전력의 100%를 조달하는 자발적 캠페인으로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스타벅스·소니 등 230여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 자체도 정부가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목표로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산단의 역할이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실제 산업부가 산단의 지붕이나 주차장·유휴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의 최대 90%를 융자해주는 사업에 총 1,000억원을 편성한 3차 추가경정 예산안이 지난 3일 국회를 최종 통과하기도 했다.
에너지 자립형 산단으로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8월 일반 산단에서 국가 산단으로 격상된 새만금 산단이다.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로 꼽히는 새만금 지역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입지 잠재량이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새만금 산단에 수소 등 신에너지 접목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달 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산업부·환경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해 개최한 1회 수소경제위원회에서도 새만금 산단을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한 ‘그린산단’으로 조성하고 수소 실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한편 산단은 한국판 뉴딜의 또 다른 한 축인 디지털 뉴딜에서도 주요 거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산단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정보기술(IT) 물류 플랫폼을 짓는 ‘스마트 산단’이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산단이 지난 1·4분기 기준 전국 산단에 9만5,000여개 입주 업체가 총 221만여명을 고용할 정도로 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산단이 뉴딜의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