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을지로위원회가 생겼을 때만 하더라도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참 뿌듯했죠.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완전히 변했네요. 대형마트가 무너지고 있거든요. 영원히 갑일 것만 같던 대형마트가 이제는 을이 됐어요. 을지로위원회가 과연 대형마트의 눈물은 닦아줄 수 있을까요.”
한때는 을지로위원회를 보좌했던 민주당 소속의 한 보좌진이 밝힌 현재 유통업계에 대한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통해 e커머스의 성장과 대형마트의 부진을 보며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시절을 떠올렸다는 그는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시대를 맞아 유통업계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대형마트가 어려우니 살려야 한다는 ‘대마불사’의 차원이 아니다. 그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만 10만명이 넘는다”며 “이들 역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임에도 대형마트는 ‘갑’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유통업계의 현실을 목도하고 문을 연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법안이 잇따라 제출되고 있다.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탕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무휴업일 적용 대상에 복합쇼핑몰·아웃렛·백화점·면세점·전문점을 추가로 포함하는 내용의 강도 높은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사실상 대기업 유통 채널 전체에 강제휴무를 도입한다는 의미다. 법안이 현실화하면 주말마다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이 찾는 스타필드·아웃렛 등이 주말에 격주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소상공인과 약자 보호 앞에서 항상 가볍게 치부돼왔던 것은 국민들의 선택권이다. 유통업계 규제에 대한 성과를 자신 있게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만 더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규제로 얽혔지만 잡지 못하는 부동산 문제의 전철을 밟지 말고 이제라도 파이를 키우는 상생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