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영개입 없었다던 제주항공, 녹취록선 “이스타 셧다운 해야”

이스타항공 노조, 양사 대표 대화 담긴 '녹취록' 공개

제주항공 신뢰도 추락...'두 회사간 M&A 무산' 분석도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6일 강서구 이스타항공에서 신규 이사, 감사 선임을 위해 열린 임시 주주총회가 무산된 뒤 주총장에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6일 강서구 이스타항공에서 신규 이사, 감사 선임을 위해 열린 임시 주주총회가 무산된 뒤 주총장에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이스타항공 노조가 6일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의 희망퇴직·셧다운(운항정지)·미지급금 등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관여한 정황이 담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 간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녹취파일 공개로 신뢰가 떨어지게 됐다. 특히 최고경영진 간의 긴밀한 통화 녹취파일까지 공개될 정도로 양측 간 갈등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 간 M&A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월20일 두 대표 간 6분35초 분량의 통화 내용과 아울러 희망퇴직과 관련해 두 회사 경영진이 논의한 회의록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 대표는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내선 슬롯이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진다”며 셧다운 후폭풍을 우려했다. 이 대표는 “그건 각오하고 있다. (M&A가 완료되면)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스타항공은 3월9일 국제선에 이어 같은 달 24일 국내선까지 모두 운항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4~6월 셧다운으로 인한 임금체불과 미지급금 증가 등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주항공은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으며 운항중단은 경영악화에 따른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녹취파일에 따르면 사실상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종용한 것으로 해석돼 제주항공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최 대표가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 “제주항공이 미지급된 급여를 줘야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것은 저희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고 해왔던 제주항공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협력업체 미지급금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제 명의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협력업체에) 협조해 달라고 레터를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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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통화 녹취파일이 공개되자 “녹취파일이 공개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통화 내용에 나오듯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A 성사를 위해 제주항공과의 약속을 공개하지 못하고 비난을 감수해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이날 공개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경영진 간 희망퇴직 관련 회의록에는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원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직군별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액이 담겨 있다. 405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희망퇴직 등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해왔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다른 인수자를 찾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날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7일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는 제주항공 측이 안을 제시하지 않아 무산됐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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