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집밥스타그램도'있어빌리티'가 필수"...식탁보다 그릇이 더 비싸진다

에르메스 식기 / 갤러리아 블로그에르메스 식기 / 갤러리아 블로그



#오랜만에 백화점에 방문한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주방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백화점을 방문해도 5층 이상은 잘 올라가지 않던 A씨가 상대적으로 고층에 자리 잡은 백화점 생활용품 판매층에 처음부터 주방용품을 사기 위해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릇 세트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나 구매하는 것인 줄 알았던 A씨의 손에는 이미 100만원이 넘는 유명 프리미엄 식기 브랜드인 로얄코펜하겐의 블루 플레인 한식기 세트가 손에 들려 있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A씨는 이날 구매한 식기에 저녁에 요리할 음식을 담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생각에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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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이 훌쩍 넘는 높은 가격에도 프리미엄 주방용품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식탁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부터는 주방용품 판매량이 떨어지는 전통적인 비수기. 그러나 오히려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백화점의 프리미엄 식기를 포함한 주방용품 판매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 지면서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집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방용품 인기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명 음식점이나 레스토랑 방문이 어려워 지자 SNS 등에 음식 사진을 주로 찍어왔던 젊은층들이 레스토랑 대신 집밥 혹은 홈까페 관련 사진을 올리기 위해 프리미엄 식기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6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6월1일~28일) 주방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냄비·후라이팬·조리 소도구 등 주방용품은 15.1%, 그릇·수저·찻잔 세트 등 테이블 웨어 매출은 19.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세계 백화점에서 키친웨어는 11.5%, 테이블웨워 8.5% 성장했고, 롯데백화점도 각각 12%와 15% 성장을 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코로나 19 발생 이후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이른바 ‘쿡방’으로 불리는 요리 관련 TV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유지하자 자연스럽게 주방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주방용품 뿐 아니라 식기 등 테이블 웨어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날씨가 더워 식기 매출 상승폭이 크지 않은 6월에도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본격화 됐던 지난 4월 주방용품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데 이어 5월에도 21% 증가하는 등 최근 3개월간 주방·식기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식기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6월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봄철 결혼 성수기 시즌이 지나고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무더위로 인해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줄면서 주방용품 관련 매출도 하락하는 패턴을 매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식기 매출 상승세가 더위가 거세지는 7~8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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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업계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식기 매출이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혼수 용품으로 주로 판매되던 프미리엄 식기세트가 최근 일반 신규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6월 로얄코펜하겐, 웨지 우드 등 프리미엄 수입 식기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고가의 프리미엄 식기 매출이 눈에 띄게 큰 폭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서 프리미엄(수입) 식기 판매는 각각 29.2%와 19%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에서 최근 인기 있는 프리미엄 식기세트로는 로얄코펜하겐 블루플레인 식기세트와 웨지우드 엘로우리본 티세트, 르네상스 티세트 등이 꼽힌다. 이들은 65~120만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인 G마켓에서도 컵과 같은 꾸미기 용 주방용품의 객단가가 판매량 신장률(7%)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5%를 나타내는 등 프리미엄 주방용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갖추고 먹자는 인식과 함께 고급 식기에 담은 음식 사진을 SNS 등을 통해 올리는 유행 등에 힘입어 프리미엄 식기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집밥과 홈까페 수요가 많아지면서 신규 고객 유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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