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대웅제약, '주보' FDA 허가 1년 4개월만에 철수 위기(종합)

중재 권유 뿌리치고 소송전에 분기당 100억 지출

메디톡스, 대웅제약에 조단위 손배소송 제기할듯

사실상 미국 시장 1위 업체 앨러간만 승자라는 평

메디톡스는 국내시장, 대웅제약은 미국시장 철수 위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069620)이 메디톡스 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주보의 10년 수입금지를 권고했다. 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한지 불과 1년 5개월만에 주보는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위기에 처했다.

ITC의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의 미국 사업은 큰 불확실성에 처하게 됐다. 아울러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대웅제약은 소송 상대방인 메디톡스 와 앨러간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판결은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다며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TC는 통상 한번 내린 예비판결을 번복하지 않는 사실상의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앞서 메디톡스 와 ‘보톡스’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은 지난해 2월 ITC에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명 주보)’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메디톡스 의 전 직원이 보툴리눔 톡신과 제품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넘겼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대웅제약/사진제공=대웅제약대웅제약/사진제공=대웅제약


두 회사는 이번 소송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1·4분기에만 137억원을 소송 비용으로 썼는데, 주보의 수출 금액 136억원보다 1억원 많다. 어렵게 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도 매출액보다 소송 금액이 더 많은 소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었다. 지난해 지불한 소송비용 210억원원을 합하면 소송 비용만 400억원에 육박한다. 메디톡스 역시 지난해 178억원과 올 1·4분기 100억원 등 300억원에 달하는 소송비를 투입했다.


업계는 두 업체의 다툼이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왔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국산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소송전 돌입 이후 제약바이오업계 원로들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이에 중재를 권유했지만 두 회사 모두 여러 이유로 이를 뿌리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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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메디톡스


그 결과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위기에 처했고, 메디톡스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는 등 치명상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으로 가장 이득을 본 곳은 미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점유율 1위 업체 앨러간과 이를 인수한 애브비”라며 “국내 기업들 소송으로 외국계 제약사 배만 불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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