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하는 시점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재계는 7일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자 176석의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선비준 작업’에 나섰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을 두고 경영계와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선비준으로 재계의 개정안 동참을 강제하려 한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선비준은 없다’고 입장 표명하고 있지만 재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선비준-후입법’을 주장하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친노동 성향인 정부 여당이 노동계의 이 같은 주장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경영계의 우려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21대 국회에 노조법 개정안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재발의 했다”며 “경영계보다는 노동계 입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던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선비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자 자칫 노사관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으로 노사관계가 극단적 대결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직자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노조에 비재직자가 가입할 경우 개인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노조가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고자와 실직자에게 노조 가입 문호를 연다면 대안으로 기업에도 대항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노조에 유리한 현재의 노사관계 지형의 균형을 맞추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사용자 측의 대항권도 개선돼야 한다”며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 처벌규정 삭제, 노조 측 부당노동행위 신설,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노사관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제도 개선사항도 반드시 함께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경영계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계는 정부에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ILO 핵심협약 비준도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이미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비준동의안 추진을 서두르는 것은 경영계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