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시세차익도 80% 토해내라…결국 '부의 대물림'만 키우나

與, 단기양도세 80%까지 인상 추진

종부세 과표구간 낮춰 대상도 확대

보유세 올리면 거래세 낮춰야 되는 데

보유세도 올리고 양도세도 올리고

"시장 매물 씨말라 증여만 늘어날듯"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부동산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재부


정부와 여당이 보유세 인상에 이어 단기 주택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유세 인상은 주택을 팔게끔 유도하는 것인데, 양도세마저 올리면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징벌적 과세가 결국 매물 잠김 심화, 부의 대물림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기 주택매매에 대해 양도소득세 세율을 최대 80%까지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주택에 대해 양도세율을 8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80%의 양도소득세율을, 1년 이상~2년 미만이면 70%의 양도소득세율을 각각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분양권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50%보다 더 높은 80%로 올리도록 했다. 아울러 1가구 2주택은 기본세율에 10%를 가산하는 것에서 20%로 올리고,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가산세를 30%로 올리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와 여당은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대폭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높인다면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드는 종부세 인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종부세는 올리고 양도세는 줄여야 시장에 매물이 나오는데, 종부세보다 양도세 부담이 더 커진다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들은 매물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보유세가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자 ‘12·16대책’을 통해 올해 6월 말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면제를 운영했다. 올해 들어 양도세발 절세용 초급매가 쏟아지면서 서울 강남 3구의 집값이 수억원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정부도 보유세는 올리되 양도세를 낮춰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거꾸로 가는 셈이다.

여기에 여당에서는 취득세 세율을 싱가포르 수준인 12%가량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득세마저 올리면 보유하지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상황이 나오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양도세 인상은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급을 동결시킨다”며 “매물이 씨가 마르면 주택 매매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고가 '똘똘한 한 채' 종부세 안 높이겠다는 정부
정부가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지 않기로 했다.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1~2년)에 대한 세 부담은 강화하되 실수요자와는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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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어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에 종부세와 양도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인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은 아니다”라며 “투기의 대표적 사례인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1주택자를 제외하고 투기적 거래에 한해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똘똘한 한 채까지 세 부담을 높일 경우 자칫 참여정부 때와 같은 조세저항이 급격히 번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다주택자 부담을 강화하고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다양한 방안에 대해 토의했으며 향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이날 회의는 격론이 벌어지면서 보통 때보다 한 시간 이상 길어졌다.

정부는 이르면 9일께 실효세율을 높여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세제개편안을 먼저 핀셋으로 발표하고 이달 중순께 공급 확대 등 다른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7월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이번주에 세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종부세의 경우 3주택 이상에 대해 기본공제(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를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과표를 쪼개고 구간을 낮춰 3·4% 최고세율을 내는 다주택자를 늘리는 방안, 최고세율을 상향하는 방안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 더 무거운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 중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운다는 당정의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12월16일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는데 후속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붙는 취득세를 다주택자의 경우 집값의 15%까지 내도록 하는 ‘싱가포르 모델’ 도입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방안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거론한 뒤 정부도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한국의 취득세율은 취득가액에 따라 1∼4%를 매기고 있다. 취득세의 경우 아직 당정 간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여당은 보유세를 먼저 강화한 뒤 취득세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 거론되는 재산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은 대책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과정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기했던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부담 완화 방안도 담기지 않는다. /양지윤·진동영기자 세종=황정원기자 yang@sedaily.com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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