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옵티머스 대표 김재현, 수천억 드나든 법인 직접 관리…저수지였나

‘5,000억대 펀드 사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연루된 회사 중 ‘트러스트올’이 자금의 저수지 역할을 한 핵심 회사로 지목받고 있다. 김재현(50)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트러스트올은 공시 등 객관적 자료로 살펴봐도 자금 수천억원이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김 대표 구속에 성공한 검찰은 이러한 자금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인지 찾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8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전날 구속된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의 공인인증서와 법인 인감을 직접 관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과 펀드 판매사들의 옵티머스 조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진술로 드러났다.

앞서 금감원 조사에서 옵티머스 펀드의 자금은 대부업자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대부디케에이엠씨, 아트리파라다이스, 씨피엔에스, 라피크 등 대부업체와 시행사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데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트러스트올이란 회사가 대부디케이에이엠씨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써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트러스트올의 대표도 이씨다.

그러나 트러스트올은 김 대표가 직접 관리하면서 다양한 투자 자금 집행을 주도했다는 게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김 대표가 트러스트올의 자금을 관리한 것은 그 자체가 선관주의 의무를 위배란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한 관계자는 “트러스트올은 김 대표가 차명으로 운영하던 법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러스트올의 자금 흐름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았다. 지난해 감사에서 ‘의견 거절’이 나왔기 때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평가보고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만 대부디케이에이엠씨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트러스트올의 신용평가보고서를 보면 수천억원의 자금이 드나든 흔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까지 대부디케이에이엠씨에서 트러스트올로 유입된 자금은 최소 3,268억원이다. 대부디케이에이엠씨의 트러스트올 대출금이 지난 2018년 말 1,056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 2,212억원이 추가로 대출됐기 때문. 다만 이중 2,548억원은 트러스트올이 되갚으면서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은 720억원이다.



대부디케이에이엠씨가 지난해 트러스트올에 대출한 평균 잔액이 1339억~1473억원이란 계산도 있다. 이는 대부디케이에이엠씨가 트러스트올에서 받은 이자수익 73억6,701만원에 대부디케이에이엠씨의 기업대출 연이율 5~5.5%을 곱한 수치다.

트러스트올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외 다른 법인에서도 자금을 차입해온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트올의 2018년 말 기준 신용평가보고서를 보면 단기차입금이 1,224억원 있다. 당시 대부디케이에이엠씨의 대출금이 1,05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곳에서도 최소 168억원을 차입했다는 계산이다.





트러스트올이 김 대표가 ‘저수지’로 활용한 법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는 “이씨가 대표로 있는 4개의 회사에서 자금을 받아 관리하던 김 대표의 저수지 계좌가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에 들어온 투자자들의 자금은 대부디케에이엠씨, 아트리파라다이스, 씨피엔에스, 라피크 등이 발행한 사모사채 인수에 쓰였으며 이 자금들은 해당 법인계좌에서 바로 수표로 인출되거나 다른 관계사들로 송금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렇게 모인 약 5,000억원의 펀드 자금 중 약 500억가량만 부동산 개발 사업 투자금 등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펀드 투자금의 대부분이 이씨가 대표로 있는 ‘도관’ 역할의 회사들을 거쳐 트러스트올을 중심으로 모은 다음, 김씨가 투자처에 직접 집행했고 일부는 이씨의 사업에 쓰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향후 검찰은 이 같은 자금의 최종 목적지들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본지 취재 결과 김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자금 외에 고액투자자 여러 명의 자산을 따로 굴려주었는데, 이러한 자금을 받아서 집행한 법인 역시 트러스트올이었다고 한다. 트러스트올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김 대표의 부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트러스트올은 ‘광주 봉현 물류단지’ 사업을 시행하는 골든코어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데, 김 대표의 부인을 사내이사로 앉혀준 것. 트러스트올은 지난해 말 기준 57억원을 골든코어에 대출해주기도 했다.[참조 기사 ▶옵티머스 연루 골든코어 “펀드자금, 현 대표와 관계 없어…현재 물류단지 사업 총력”]

다만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뒤 측근에게 “트러스트올에는 고액투자자 자금과 펀드 매출채권 투자 자금이 섞여서 들어왔다가 나갔다”며 매출채권 관련 자금 흐름은 이씨 측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편 트러스트올은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트러스트올의 법인주소지를 찾아가보니 이전에 STX건설이 있던 사무실이었는데 현재는 공실이었다. STX건설은 트러스트올, 대부디케이에이엠씨와 금전 관계로 엮인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부디케이에이엠씨는 STX건설의 대주주인 코리아리츠에 17억원을 대여해주었으며, 트러스트올은 STX건설에 10억원의 대여금이 있다.

또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 지원한 의혹을 받는 해덕파워웨이와도 금전 관계로 엮여 있다. 해덕파워웨이의 전 대주주인 이모씨에게 130억원을 대출해주었고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에 370억원을 신탁했었다.